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2025-12-28 20:00:00
부산시의회. 부산일보DB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 정치권에서 ‘갑을 대결’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선거구가 갑과 을로 나뉜 지역에서 같은 정당 소속인 국회의원들이 기초단체장 공천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것이다. 국회의원과 합이 맞는 사람이 구청장 자리에 가게 된다면 지역 사업과 예산 확보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부산에서 갑과 을로 나뉜 지역은 부산진구, 북구, 사하구, 해운대구 4곳이다. 이중 부산진구, 사하구, 해운대구의 경우 지역 갑을 국회의원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북구는 갑(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을(국민의힘 박성훈 의원) 지역구 국회의원 소속이 다르다.
가장 치열한 갑을 내부 경쟁이 벌어질 곳은 사하구다. 현역인 이갑준 구청장이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일찍이 구청장 후보 인사들이 물밑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사하을에선 조경태(사하을) 의원 측근 노재갑 전 시의원이 구청장 출마를 위해 몸풀기에 나섰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조 의원 역시 노 전 시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중론이다.
사하갑에선 아직 뚜렷한 주자가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복조 시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뿐만 아니라 사하구 전역으로 활동 폭을 넓히면서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 관심이 쏠린다. 사하구 3선 구의원 출신인 그는 사하구 사정을 잘 알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건설교통위원회 소속으로 다대포 동측 해수욕장을 반으로 갈라놓은 우수관 출구 문제와 사상~하단선 싱크홀 해결에 앞장서기도 했다. 다만 이성권(사하갑) 의원은 구정을 제대로 책임질 수 있는 행정가 출신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찌감치 갑을 경쟁 총성을 울린 해운대구도 지역 정치권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갑 선거구에서 정성철 전 해운대구의회 의장이 내년 지방선거 구청장 출사표를 던지며 내부 교통 정리가 이뤄지고 있다. 정 전 의장이 출범한 해운대미래연합 행사에 주진우(해운대갑) 의원이 참석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주 의원의 행사 참석 자체가 여러 후보군이 거론돼 온 해운대갑이 정 전 의장 중심으로 정리됐음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다.
해운대갑에서 먼저 레이스 시작을 알리면서 부산 정치권에서는 해운대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김미애(해운대을) 의원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현역 김성수 구청장은 재선을 노리고 있고, 김태효 부산시의원도 후보로 물망에 오른다. 또 다른 해운대 구청장 출마 예정자인 김광회 전 부산시 부시장 역시 해운대갑의 교통정리가 끝난 상황에서 김미애 의원에게 지원 ‘러브 콜’을 보낼 수도 있다.
부산진구에선 현역인 김영욱 구청장이 굳건히 자리를 지킬 것이란 관측이다. 김 구청장은 이헌승(부산진을) 의원의 신임을 받고 있다. 반면 초선인 정성국(부산진갑) 의원이 있는 갑 선거구에서는 구청장 카드로 내세울 만한 인물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부산시의회 이대석 부의장이 거론되지만 김 구청장을 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