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2026-01-14 18:15:18
14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일대에서 시민들이 커피를 마시며 산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해운대 오션뷰를 자랑하는 대형 카페 대표 A 씨는 창업할 때부터 카페 내 커피 로스팅 공간에 거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카페 오픈 후 로스팅 공간은 유명무실해졌다. 지구단위계획에 묶여 해운대 일부 지역에서는 커피 제조·판매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통보 받았기 때문이다.
‘커피 도시’ 부산이 해운대 해수욕장과 미포 등 핵심 관광지에서 해묵은 규제를 걸어 커피 제조·판매 행위를 막고 있다. 커피 로스팅 행위를 공해 물질을 배출하는 일반 공장이나 제조업과 동일하다고 판단해 영업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우동 1~3구역, 중동 1~4구역, 해운대 해수욕장 등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된 구역에서는 제조업소가 들어설 수 없다. 2000년 전후로 이 일대 지구단위계획을 설정하면서 경관이나 주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공장으로 대표되는 제조업소를 막았던 것이다.
문제는 카페 내에서 커피 원두를 가공, 판매하려면 식품제조·가공업으로 영업허가를 얻어야 하기에 이 ‘손톱 밑 규제’에 걸린다는 것이다. 카페를 찾은 손님에게 커피를 로스팅해서 제공하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로스팅한 커피를 다른 카페에 납품하거나 도매 성격으로 온라인몰에서 판매하게 되면 법을 위반하게 된다.
A 씨는 “단순히 카페 하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아니라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다른 카페에 커피를 납품하는 형태로 판로를 넓혀야 한다”며 “낡은 규제로 해운대 일대가 창업가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하기 힘든 점은 같은 해운대구인 센텀시티와 마린시티는 물론이고 광안리 해수욕장, 송도 해수욕장, 북항 1단계 등 다른 상업지역에서는 제조업소가 허용돼 커피 로스팅을 통한 판매 행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주거지역 일부나 녹지지역(보존녹지 제외)에서도 제조업소가 허용되는데 부산의 중심 상업지역에서 커피 로스팅 행위가 제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카페 대표 B 씨는 “커피 제조·판매를 위해 2호점을 굳이 다른 구에 하나 더 내서 그곳에 로스팅 공간을 마련했다”며 “이 규제 탓에 광안리 등으로 발길을 돌린 창업가들이 한둘이 아니다”고 밝혔다.
커피 창업가들은 카페 내에 10평 안팎의 작은 공간만 허용해 줘도 커피 제조·판매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소규모 공간으로 제한을 걸거나 공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조건으로 규제를 풀어 달라는 요청이다. 게다가 제조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당장 규제를 없애더라도,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해운대에서 공장이 들어서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해운대 일대에서 커피 제조를 허용해 줘도 별 문제는 없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민원이 들어온다고 해서 바로 변경할 수는 없고 추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