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지식 놀이터', 한겨울도 뜨겁다 [문화 핫플]

■ 국회부산도서관
2022년 개관한 최신상 국립도서관
넓고 편리한 시설에 콘텐츠 방대해
의정 지원 못잖게 시민 서비스 중시
참여형 문화 프로그램 수시로 개최
교통 불편에도 150만 명 이용 눈앞
좋은 자리 차지 위한 '오픈 런'까지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2026-01-17 15:00:00

국회부산도서관 1층의 종합 자료실. 높은 층고와 밝은 조명이 개방감과 집중력을 높여준다. 정대현 기자 jhyun@ 국회부산도서관 1층의 종합 자료실. 높은 층고와 밝은 조명이 개방감과 집중력을 높여준다. 정대현 기자 jhyun@

우리나라에는 얼마나 많은 도서관이 있을까?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은 2024년 말 기준 국내 도서관은 모두 8710곳이라고 일러준다. 공공도서관(1296곳)과 작은도서관(6830곳) 등 모든 종류가 망라된 수치다. 이 중 국립도서관은 단 4곳에 불과하다. 국립중앙도서관과 법원도서관, 국립장애인도서관, 그리고 국회도서관이다. 눈여겨봐야 할 곳은 국회도서관. 통계상으론 한 곳이지만,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두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부산, 우리나라 딱 두 곳에만 있는 국회도서관. 서낙동강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책의 온기로 가득한 국회부산도서관을 다녀왔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자리한 국회부산도서관. 여러 종류의 책을 층층이 포개 놓은 켜를 본뜬 외관이 특이하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자리한 국회부산도서관. 여러 종류의 책을 층층이 포개 놓은 켜를 본뜬 외관이 특이하다. 정대현 기자 jhyun@

∎70년 만에 다시 돌아온 국회도서관

국회부산도서관은 서울 여의도에 자리한 국회도서관의 첫 번째 분관이면서 국내 유일의 분관이다. 부산에 하나뿐인 국립도서관이기도 하다. 강서구 명지동 3만 2000㎡ 부지에 지상 3층, 연면적 1만 3661㎡(4132평) 규모로 2022년 3월 31일 문을 열었다.

부산은 사실 우리나라 국회도서관의 태생지이다. 국회도서관이 피란수도 부산에서 처음 시작됐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는 정부중앙청사로 사용하던 경남도청(현 동아대 부민캠퍼스)의 무덕전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3600권의 장서를 갖춘 국회도서실이 출발했다. 국회부산도서관 개관 70년 전인 1952년이었다. 국란 한가운데서 뿌린 씨가 70년 만에 다시 고향에서 꽃피운 곳이 국회부산도서관인 셈이다.

도서관은 특이한 외관부터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층층이 포개 놓은 켜를 본뜬 건물은 마치 ‘도서관에 온 걸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높은 층고와 밝은 조명 아래 놓인 다양한 서고와 책장이 반긴다.

국회부산도서관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책 읽는 계단' 모습. 중고등학생 이용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정대현 기자 jhyun@ 국회부산도서관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책 읽는 계단' 모습. 중고등학생 이용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정대현 기자 jhyun@
국회부산도서관 자료실 모습. 서가 사이에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국회부산도서관 자료실 모습. 서가 사이에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최신상 도서관…‘오픈 런’ 예사

도서관 자료실은 1~2층에 넓게 자리하고 있다. 자료실 서가 사이사이에는 다양한 길이의 테이블이 놓여 있다. 좌석마다 전원 콘센트가 있어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 개인 전자기기를 편하고 이용할 수 있다. 빵빵한 와이파이는 기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개관 첫해부터 22만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3년 차인 2024부터는 연 이용자가 4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도서관 측이 집계한 이용자는 지난해 말까지 모두 144만 2143명에 달한다.

최근 평일 낮 두 차례 방문했는데, 매번 테이블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겨울방학이어서인지 공부에 집중하는 학생들이 우선 많이 보였다. 영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려 도서관을 찾았다는 대학생 권창균 씨는 분위기가 밝으면서도 차분해 집중하기에 좋다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테이블보다 인기 있는 곳은 1인용 의자와 간이 탁자가 놓인 자리다. 다양한 소재와 형태의 의자는 1층 로비를 비롯해 도서관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다. 편한 자세로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에 제격으로 보이는 의자는 집에 하나쯤 들였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일으켰다. 도서관 관계자는 매일 오전 9시 개관 전부터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한 대기 줄이 생길 정도라고 귀띔했다.

“조용히 혼자 책 읽기에 너무 좋아 일주일에 서너 번은 옵니다.” 학생뿐만이 아니다. 2층의 한 1인 좌석에서 에세이집 <완벽한 하루를 꿈꾸는 허술한 우리>를 펼쳐 든 주부 류승현 씨.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사는 류 씨는 텀블러와 간단한 소지품을 들고 매일 같이 도서관을 들른다. 책을 읽다가 필요하면 집으로 빌려 가서 마저 읽는 일상이 즐겁다고 한다.

도서 대출 서비스는 국회부산도서관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개인당 최대 5권까지 보름 동안 빌릴 수 있는데, 부산시민은 물론이고 울산과 경남 주민도 이용할 수 있다. 큰집 격인 서울 국회도서관에서는 대출이 안 된다.

하루 평균 대출 권수는 1081권으로, 주말(1531권)이 평일(851권)보다 배 가까이 많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부산의 다른 공공도서관과 ‘책이음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부산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장서는 모두 210만 권이다. 단행본(33만 1841책)보다 학위논문(177만 6881책)이 월등히 많다는 점은 특이하다. 이는 의정활동 지원과 연구, 민주주의 교육이라는 국회도서관 본연의 역할을 말하는 통계이기도 하다. 의회 자료실이 별도로 있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자료실에서는 5분 자유발언 영상과 회의록 등 부산과 울산, 경남의 의정 활동을 만날 수 있다.

국회부산도서관만의 특징 중 하나인 의회 자료실. 부산· 울산·경남 의정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국회부산도서관만의 특징 중 하나인 의회 자료실. 부산· 울산·경남 의정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국회부산도서관 1층 카페 어셈블리 벽면은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국회부산도서관 1층 카페 어셈블리 벽면은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지역 사랑방 역할까지 톡톡히

독서나 학습 장소로 인식되던 도서관은 어느새 복합문화공간 기능을 하고 있다. 국회부산도서관의 특화된 장점이기도 하다. 음악회와 작가 초청 강연, 체험 놀이, 교육,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 행사와 활동이 일 년 내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지역의 공공기관과 협력해 마련하는 행사는 도서관이 이른 시일 내 지역 사랑방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부산문화재단과 부산현대미술관 등 문화기관을 비롯해, 국립해양박물관, 국립부산과학관, 부산시설공단, 공군, BNK부산은행 등과 협약·협력을 통해 교육과 전시, 체험활동 등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이달에는 새해 첫 기획행사로 부산대와 함께 ‘퇴근길 의학 인문학 강의’를 진행 중이다. 오는 21일 오후 7시 마지막 3회차 강연은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이환희 교수의 ‘생활 속의 AI, 건강과 환경 도시’가 열린다.

도서관 1층엔 두 곳의 전시실이 있다. 상설 전시실에서는 임시의정원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회의 역사를 소개하는 ‘국회國會 나라의 뜻이 모이다’전이 열리고 있다. 역대 국회의장의 해외순방이나 외국 인사 국회 예방 시 받은 선물이 눈길을 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기후 편지’전이 8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일러스트와 조형물 등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작품 60여 점이 전시 중이다.

이 밖에 최대 3시간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세미나실 다섯 곳과 어린이 자료실, 들락날락 등이 이용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매주 화요일과 법정 공휴일에 문을 닫으며 주차장은 무료로 개방한다. 이용객들의 방문 편의를 위해 강서구 아파트단지를 하루 여섯 차례 순회하는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랑방 손님을 지극히 모시려는 노력 중 하나다.

규모가 크고 자료가 방대하다 보니 처음 찾는다면 어디에서 뭐부터 해야 할지 머뭇거릴 수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우선 1층 로비의 간이 서고를 둘러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로비 서고에는 시민 큐레이터가 엄선한 이달의 책과 국내외 여행서, 부산과 김해 창원시 선정 도서가 자리하고 있다. 다음엔 뭘 하지? 로비 한쪽의 카페 어셈블리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주문하며 천천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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