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2026-03-05 20:30:00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수산업체 경쟁력 강화와 수산물 수출 전진기지 지원을 위해 설립된 수산가공선진화단지(이하 가공단지)에서 입주 업체들이 장기간 사적으로 다음 입주 업체를 선정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간의 이른바 ‘깜깜이 양도양수’가 지속됐는데도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부산시가 이를 방치해온 데다 제대로 된 감사조차 진행하지 않아 행정력 구멍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5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부산시 감사위원회의 ‘국제수산물유통시설관리사업소 종합감사’에서 이같은 문제가 처음 제기됐다. 시 감사위는 가공단지 개장 이후 11년 만에 처음 감사를 벌였다. 통상 3~5년마다 감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누락했다.
시 감사 내용을 보면, 사업소 산하 가공단지는 2014년 서구 암남동 감천항 동편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 옆 6만 6395㎡ 부지에 1421억 원을 투입해 건립, 개장했다. 지상 7층 규모에 식품가공공장 56곳이 입주할 수 있고, 현재 55곳이 입주해 있다. 업체들은 첨단 수산물 가공공장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차료로 쓸 수 있고, 연구·지원 시설도 이용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았다.
그런데 사업소는 2016년 사용 계약 만료 또는 입주 포기에 따라 퇴거를 앞둔 기존 입주업체가 뒤이어 입주할 업체를 직접 선정해 사업소에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내부 방침을 마련했다. 이같은 비공개 입주업체 선정 방식은 상위법인 산업집적법 등에 명백히 위배된다. 그럼에도 시 사업소는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채 설비만 남겨놓고 가야 해 손해가 막심하다는 업체들의 민원을 이유로, 기존 업체가 지목한 업체에 입주 우선권을 주는 내부 방침을 만든 것이다.
이는 법령에 규정된 ‘공개 공모’ 절차를 사실상 무시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기존 입주업체들은 시의 검토를 받지 않고 설비 등의 비용을 사적으로 산정해 일종의 양도금을 받고 입주 권한을 넘겼다. 입주 우선권을 부여받은 업체들은 시의 심의를 받긴 했으나, 단 한 건도 반려되지 않았다.
타 시도의 입주 심사 지침서를 보면 매출액, 부채비율, 영업이익률 등의 정량평가 진행이 명시돼 있지만, 시 사업소의 선정 평가 기준표는 평가위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점수가 부여되는 정성평가 항목이 대부분이다. 지난 5년간 이같은 방식으로 입주 권한을 넘기는 ‘깜깜이 양도양수’를 통해 업체 간 오간 돈만 약 28억 2800만 원에 달했다.
사업소 내 공장에 입주한 한 관계자는 “법대로라면 설비를 철거하는 등 원상복구를 해두고 나가야 하는데, 고정 시설인 냉동설비를 철거하면 기존 구조물의 훼손이 불가피해 원상복구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비용이 더 드는 상황”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새 입주업체에 설비 등을 유상으로 넘겨주는 방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애초에 냉동설비 없이 건립된 공간을 업체에 임대해준 사업소 측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시는 가공단지에 경쟁력 있는 업체가 공정하게 입주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방침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된 2016년 내부 지침을 승인한 담당 국장 등은 현재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소 관계자 또한 “당시 법 해석의 오류로 인해 부적절한 내부 지침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감정평가를 도입해 설비 가격을 객관화하고, 불투명했던 양도 절차를 공개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