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4월, 인사도 못하고 하늘로 간 아이들에게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진은영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맞춰 발간
떠난 아이 추모 생일시로 썼던 글
예은 학생 생일시에 그림 더해 출간
세상 모든 아이 삶 축원하자는 의미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2026-04-12 09:00:00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속 이수지 작가의 삽화. 우리학교 제공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속 이수지 작가의 삽화. 우리학교 제공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속 이수지 작가의 삽화. 우리학교 제공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속 이수지 작가의 삽화. 우리학교 제공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속 이수지 작가의 삽화. 우리학교 제공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속 이수지 작가의 삽화. 우리학교 제공


책이 도착하기 전 편집자가 직접 쓴 메일이 먼저 왔다. 메일에는 “마음을 다해 편집한 책이 며칠 후면 도착할 것”이라며 “4월 16일에 맞춰 출간되는데 애정이 어린 관점으로 책을 읽어봐 주고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부탁한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시 그림책 형식으로 만든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라는 책은 제목이 특이한 것도 아니고, 판형이나 책 표지도 특이하지 않았다. 그러나 편집자가 “마음을 다해 편집했다”라고 표현했다는 건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순간 4월 16일에 맞춰 출간한다는 대목이 마음에 콕 박혔다. 이젠 세월이 꽤 지났지만, 아이를 잃은 부모와 형제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여전히 생생하게 당시의 아픔을 느끼는 그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맞다. 이 책은 세월호 사건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 12년째인데, 그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출판사는 이 책을 오래 준비했다. 어떤 형식으로 책을 만들지 많이 고민한 끝에, 그림책의 형식을 선택했다. 한국에선 그림책은 아동용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출판계에서 오래전부터 그림책은 아동서적, 어른 서적에 속하지 않는 독립된 분야로 취급하고 있다. 좀 더 다양한 연령층에게 편하게 다가가고 그림이 더해지며 글의 분위기와 메시지의 선명성이 돋보이기 때문에 그림책이라는 형태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이 책 역시 출판사에선 100세용 그림책이라고 소개했다. 유아부터 100세까지 모든 연령이 대상이라는 말인 듯싶다. 사실 이런 소개가 붙은 그림책은 유아,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림을 직관적으로 보거나 글 그 자체에 집중하는 어린이보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만든 분위기, 짧은 문장 중간에 숨은 행간읽기의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라는 책은 사건 당시 또래였던 학생(지금은 이미 성인이지만)부터 성인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사고로 떠난 아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생일에 맞춰 작가들이 쓴 '생일시'라는 것이 있었다. 17살 생일을 맞지 못한 아이의 마음을 표현하거나 엄마, 아빠에 대한 미안함을 담은 글도 있었다. 이 책은 생일시 중 진은영 작가의 ‘그날 이후’라는 작품을 다듬었고, 이수지 작가의 그림이 더해졌다.

‘그날 이후’는 박예은 학생의 사연을 토대로 쓴 시이다. 집을 나서는 고등학생 아이의 뒷모습에서 시작해, 갓 태어난 아이가 우는 앞모습으로 끝나는 구성이다. ‘엄마 미안/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미안/스무 살도 못 되게/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으로 시작된 글은 ‘아빠 미안/이번에 배에서 돌아올 때 일주일이나 연락 못 해서 미안’ ‘할머니/지나간 세월의 눈물 합한 것보다/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해서 미안’ ‘엄마 여기에도 아빠의 넓은 등처럼/나를 업어주는 뭉게구름이 있어’ ‘아빠 여기에 친구도 있고 국어 선생님도 있다’ ‘아빠 내가 애들과 노느라 꿈속에 자주 못 가도 슬퍼하지 마’ 등 하늘에서 예은 학생이 직접 말하는 것처럼 전개된다. 책의 마지막 장은 갓 태어난 아기의 모습이다. 탄생 그 자체로 엄마, 아빠에게 기쁨이 되었고 첫 생일이기도 하다.

이수지 작가의 그림은 아이들의 일상의 한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했고 맑고 담담한 느낌이다. 이 작가는 “뭘 자꾸 그리려 하지 말고 빡빡하게 칠하려 하지 말고 마음을 담아서 무심하게, 정돈되어 있지만 자유롭게, 밀도가 있으면서 밀도가 없게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시를 쓴 진은영 작가는 “가혹한 사건을 기억하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우리는 자꾸 잊으려 한다.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참혹한 사건이 아니라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 아이들을 기억해야 다른 아이들도 지킬 수 있다고 전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특별한 애정을 밝힌 편집자의 메일 마지막은 “이 책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세상 모든 아이의 삶을 축원하는 이 책이 어김없이 찾아온 열두 번째 봄에, 더 많은 사람들의 눈물 젖은 마음을 따뜻하고 환히 비출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쓰여 있었다. 진은영 글/이수지 그림/초록귤/64쪽/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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