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辛)조선’으로 만난 한국 청년들의 1인칭 기록

외국인 최초 日 ‘도몬켄상’ 수상 양승우
스페이스 이신 개인전 위해 부산 찾아
청년들과 “5년 뒤 다시 만나자” 약속도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6-04-09 11:26:15

30년째 일본에서 거주하는 양승우 사진가가 지난달 27일 개막해 12일까지 부산 금정구 스페이스 이신에서 열리는 '신조선'(辛朝鮮) 개인전을 위해 부산을 찾았다. 김은영 기자 key66@ 30년째 일본에서 거주하는 양승우 사진가가 지난달 27일 개막해 12일까지 부산 금정구 스페이스 이신에서 열리는 '신조선'(辛朝鮮) 개인전을 위해 부산을 찾았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달 28일 오후 부산 금정구 스페이스 이신에서 열린 양승우 사진전 '신조선'(辛朝鮮) 개막식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달 28일 오후 부산 금정구 스페이스 이신에서 열린 양승우 사진전 '신조선'(辛朝鮮) 개막식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일본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한국인 사진가 양승우가 모국의 청년 세대를 정면으로 응시한 작업으로 부산을 찾았다. 일본의 권위 있는 사진상인 ‘도몬켄상’(土門拳賞)을 외국인 최초이자 유일하게 수상한(2017년) 그는 12일까지 부산 금정구 스페이스 이신에서 열리는 사진전 ‘신조선’(辛朝鮮)을 통해 한국 청년들의 현재를 기록한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양승우는 그동안 일본을 기반으로 거리의 인물과 사회의 가장 낮은 층위를 집요하게 포착해 온 사진가다. 그러나 이번 작업에서 그는 대상을 일방적으로 관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청년들과 동등하게 호흡하며 그들의 삶을 함께 기록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자처했다.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50여 명의 청년들은 자신이 원하는 장소를 고르고, 지금 가장 하고 싶은 말과 자신을 드러낼 소도구를 직접 선택해 카메라 앞에 섰다.

“그동안 한국에서 찍은 작품이 하나도 없었어요. 1996년 일본으로 건너가 30년째 일본에서 살면서 한국 사회와 청년들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거예요. 그래도 한국인인데 싶어서 한국 관련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한국 젊은이들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전시장의 청년들은 처방 약 봉투를 몸에 붙이거나, 분홍색 넥타이로 억압을 드러내고, 정육점 한가운데서 돼지머리 탈을 쓰는 등으로 각자의 정체성과 감정을 자유롭고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 결과 ‘신조선’은 단순한 초상 사진의 나열이 아니라, 오늘의 한국 청년들이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고 버티는지를 보여주는 동시대적 문서가 된다.

부산 금정구 스페이스 이신에서 열리고 있는 양승우 사진전 '신조선'(辛朝鮮)을 돌아보는 관람객과 개막 행사로 열린 디제잉 장면.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금정구 스페이스 이신에서 열리고 있는 양승우 사진전 '신조선'(辛朝鮮)을 돌아보는 관람객과 개막 행사로 열린 디제잉 장면.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금정구 스페이스 이신에서 열리고 있는 양승우 사진전 '신조선'(辛朝鮮) 개막식 디제잉과 관람객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금정구 스페이스 이신에서 열리고 있는 양승우 사진전 '신조선'(辛朝鮮) 개막식 디제잉과 관람객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양승우는 이번 작업이 이전보다 편하게 진행됐다고 말하면서도, 서둘러 발표한 데 대해 지금은 다소 후회가 남는다고도 말했다. 원래는 10년 뒤 같은 인물을 다시 찍으려 했지만, 참여자 중 한 명이 “10년을 버텨야 한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 5년 뒤로 계획을 앞당겼다. 이 약속은 단순한 촬영 일정이 아니라, 청년들의 생존과 시간을 함께 견디겠다는 작가의 응답이기도 하다. 다만 그는 “예쁘게 찍어 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있는 그대로의 표정을 기록하는 자신의 태도는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그중에서도 부산에서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히면서도 경제적인 부분을 걱정했다. “아무래도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까요. 가끔이지만 한국에 올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많아요. 한 번은 여자 셋이 술을 마시는데 소주 빈 병이 6개나 되더라고요. 그 친구들한테 왜 술을 마시는지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고, 사진으로도 남기고 싶었어요.” 일상 속 사소한 장면에서도 찍고 싶은 순간이 계속 떠오른다고 했다. 일본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온 이방인의 시선이 이제는 다시 한국 사회의 표면 아래를 향하고 있는 셈이다.

'신조선'(辛朝鮮) 개인전을 위해 부산을 찾은 양승우 사진가. 1996년 도일한 양승우는 30년째 일본에서 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신조선'(辛朝鮮) 개인전을 위해 부산을 찾은 양승우 사진가. 1996년 도일한 양승우는 30년째 일본에서 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 제목 ‘신조선’(辛朝鮮)은 맵고 고통스러운 현실의 조선이자 새로운(NEW) 조선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는다. 작가는 “‘辛’을 지옥 같은 조선, 고통스러운 현실의 조선으로 읽어도 되고, ‘신(NEW)’으로 읽어도 좋아요. 그리고 ‘辛’ 자에 선 하나를 더 그으면 ‘幸’이 되잖아요. 쉽게 말해 행복이 된다는 뜻인데, 그게 결코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그 선 하나를 각자 찾아내길 바라는 마음이 있고, 동시에 ‘세상에 진짜 매운맛 한번 보여주자’는, 일종의 응원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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