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택 선임기자 ktk@busan.com | 2026-04-20 18:34:48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1월 부산 북구 금곡사회복지관을 찾아 어르신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국민의힘 소속 부산·울산·경남(PK) 지방선거 후보들이 장동혁 대표, 한동훈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 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6월 지선을 40여 일 앞두고 두 사람의 영향력이 차츰 명확해지고 있지만 복잡한 역학구도와 셈법 때문에 자신들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장 대표와 한 전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 PK 지선 후보들의 속내는 명확하다. 다수의 PK 후보들은 비공개를 전제로 “한 전 대표는 PK 지선에 도움이 되고, 장 대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다. 두 사람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장 대표의 인기가 바닥권에 머물러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보수층 지지세가 두텁고, 한 전 대표는 열성적인 지지층을 전국적으로 확보하고 있지만 강경 보수층의 반감이 상당하다. 중도와 보수 진영의 표를 골고루 흡수해야 하는 국민의힘 후보들 입장에선 어느 한 사람만을 선택하기 힘든 상황이다.
박형준(부산) 김두겸(울산) 박완수(경남) 등 부울경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장 대표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극도로 자제한다. 장 대표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은 오세훈 서울시장과는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 박형준 시장의 한 측근은 “우리가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닫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다른 기초단체장 후보는 “장 대표를 섣불리 공격했다가 강경 보수층의 반발로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장 대표 골수 지지층이 부울경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했다. 상당수의 장 대표 지지층은 국민의힘 당원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박형준 시장이 지난달 ‘부산 글로벌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에서 삭발을 단행한 뒤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 분위기가 반전된 것도 장 대표 지지층이 박 시장 지지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장 대표 체제에서 당직을 맡고 있는 상당수 PK 현역 의원들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PK 지선 후보들은 장 대표 체제가 지속되면 6월 선거에 패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공유하고 있다. 부울경 시도지사 후보들이 중앙과 별도의 독자 선대위 구성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시장은 “규모를 어떻게 할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지만 별도의 선대위를 부산에 꾸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도 장단점이 뚜렷하게 갈린다. 그가 장고 끝에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지역을 부산 북갑으로 확정한 뒤 민주당 전재수 후보를 집중 공격하고 있는 점은 분명히 국민의힘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박 시장도 “한 전 대표가 법조인답게 전 의원의 문제점을 정확하고, 적절하게 잘 지적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와 전 의원은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가 20일 한 방송에 나와 “(한 전 대표가) 지방의 어려움을 자신의 정치적인 재기에 이용한다고 본다”고 공격한 것도 한 전 대표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게다가 한 전 대표는 전국에 수십만 명의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주말인 지난 18일 한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구포시장, 덕천시장, 신만덕시장 등에서 ‘해피마켓’ 행사를 잇달아 개최하기도 했다. 해피마켓은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장의 음식, 물건 등을 구매해 지역 상인들을 돕고 지지를 호소하는 행사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한 전 대표 반대 세력이 상당한 데다, 다른 PK 지선후보들의 활동상이 거의 부각되지 않고 있어서다.
박 시장 캠프의 한 관계자는 “한 전 대표 때문에 우리의 활동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다른 기초단체장 후보는 “우리가 철저히 소외받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PK 지선 후보들은 “장 대표와 한 전 대표의 화해만이 보수가 다시 살아나고 6월 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한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한 전 대표는 물론 이준석(개혁신당)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까지 모두 아우르는 ‘보수대통합’을 서둘러 성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부 PK 인사들은 조만간 보수대통합에 적극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