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 2026-06-08 11:17:28
급락장에 코스피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8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8일 미국발 반도체 쇼크와 금리 인상 우려가 겹치며 장중 8%대 폭락세를 보였다. 개장 직후 서킷브레이커(매매거래 일시 중단)가 발동됐고, 이후에도 낙폭이 이어지며 프로그램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다 510.99포인트(6.26%) 하락한 7649.60을 기록 중이다. 지수는 112.50포인트(1.38%) 내린 8048.09에 출발했으나 낙폭이 빠르게 커지며 한때 7442.73(-8.80%)까지 밀렸다. 지난 2일 장중 역대 최고치(8933.62)를 기록한 지 불과 4거래일 만에 16%대 급락한 것이다.
증시 급락에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 3분 42초를 기해 유가증권시장에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코스피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를 1분간 지속한 데 따른 조치로, 지난 3월 9일 이후 3개월 만에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 발동으로 유가증권시장 모든 종목의 매매거래가 20분간 전면 중단됐다. 서킷브레이커 해제 이후에도 낙폭이 지속되자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가 추가로 발동됐다.
이번 코스피 급락의 도화선은 미국 반도체 시장이었다. 지난 5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설계업체 브로드컴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하자 반도체 호황이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엔비디아(-6.20%), 마이크론(-13.25%), AMD(-10.86%) 등이 줄줄이 급락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하루 만에 10.26% 폭락했다. 하루 만에 증발한 시가총액만 약 1조 3000억 달러(약 2026조 원)에 달했으며 이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충격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었다.
금리 인상 우려도 투자 심리를 끌어내렸다. 미 노동부가 같은 날 발표한 5월 비농업 일자리는 17만 2000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8만 명)를 배 이상 웃돌았다. 탄탄한 고용 지표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사실상 소멸했고,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미 국채 10년물과 30년물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4.5%와 5.0%를 각각 돌파했다. 여기에 지난 주말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무력 충돌이 이어지며 종전 기대감이 후퇴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환율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1원 오른 1555.2원에 출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의 최고치 수준이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달러 환산 수익이 줄어들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 1923억 원을 순매도하며 21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5176억 원, 5901억 원 순매수하고 있다.
코스피 대장주도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6.23% 내렸고, SK하이닉스도 2.85% 하락 중이다. 두 기업의 주가는 개장 전 프리마켓에서 10% 가까이 동반 하락했지만 정규장에서 낙폭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현대차(-9.29%), SK스퀘어(-8.27%), 삼성전기(-2.79%), LG에너지솔루션(-5.68%) 등 시총 상위주 대부분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 지수도 5%대의 급락세로 ‘천스닥’(코스닥 1000선)이 붕괴됐다. 오전 11시 현재 코스닥은 전장보다 66.95포인트(6.68%) 하락한 935.49다. 이날 코스닥은 959.61로 출발하며 10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이번 주 금융 시장은 미국 물가 지표와 국채 금리, AI 투자 지속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동시에 진행되는 한 주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도 “이번 주 초반에는 금요일 미국 반도체주 폭락 여진, 주 중반에는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오라클 실적, 스페이스X 상장, 현선물옵션 동시 만기일 등으로 인해 녹록지 않은 한 주가 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한 연구원은 “최근 조정을 통해 낮아진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부담(7.8배), 반도체 중심의 견조한 이익 모멘텀 등을 고려할 때 월요일 이후에도 연쇄 폭락을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