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2026-09-16 14:32:14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 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정한석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lwj@
‘고양이를 놓아줘’ 예고편에 나오는 부산국제영화제 마크. 유튜브 캡처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모습. 부산일보DB
단 열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리는 기간인 열흘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개막 직전까지 어지러울 정도로 숨 가쁘게 돌아가는 시간들이 있다.
BIFF라는 커다란 축제가 열리기까지 수많은 사건과 보이지 않는 고민들이 모여 그해 영화제의 방향과 매력을 비로소 완성한다. 장막이 오르기 전, 올해 BIFF의 진짜 의미와 맥락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결정적 대목들을 짚어본다.
■세계적 위상 입증한 ‘겹경사’
‘A급 영화제.’ 베트남의 한 언론이 자국 작품이 BIFF에 출품됐다는 소식을 다루면서 사용한 단어다. 아시아 영화계가 BIFF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예시다.
올해 BIFF에는 두 가지 경사가 있었다. 먼저 지난 3월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전 세계에서 영향력 큰 영화제 17곳을 추려 발표한 ‘A-리스트’에 BIFF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에서 해당 리스트에 포함된 영화제는 BIFF를 비롯해 상하이국제영화제와 도쿄국제영화제 등 세 곳뿐이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 규정을 개정하며, 아시아 영화제로는 유일하게 BIFF 부산 어워드 대상 작품에 아카데미 출품 자격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이 겹경사는 BIFF를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영화제’로 반올림했다. BIFF 전후로 개최되는 산세바스티안·탈린블랙나이츠·베네치아 국제영화제 등과 동등한 조건에서 유수한 작품들을 두고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은 셈이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지난해만 해도 경쟁 부문이 신설된 직후라 공신력을 완전히 입증하지 못해 공들였던 작품을 다른 영화제에 빼앗기는 아픔을 겪었다”며 “하지만 올해 겹경사 이후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수많은 제작자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BIFF 경쟁 부문 선정 여부를 기다렸다”고 전했다.
■한층 단단해진 경쟁 부문의 파급력
BIFF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은 자연스레 지난해 신설된 경쟁 부문의 강화로 이어졌다. 사무국은 이달 초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경쟁 부문 작품의 수준과 층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그만큼 양질의 작품들이 대거 BIFF의 문을 두드린 덕분으로 분석된다.
경쟁 부문 도입 첫해의 혼란을 거쳐 올해는 확실한 체계를 갖춰가는 모양새다. 지난해와 비교해 선정작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작품 간 우위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경쟁이 촘촘해졌다는 후문이다. 어떤 작품이 아카데미로 직행할 티켓을 거머쥘지 점쳐보는 과정 또한 올해 영화제를 즐기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경쟁 부문의 파급력도 커지는 중이다. 지난해 BIFF 경쟁 부문에 올랐던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의 ‘고양이를 놓아줘’와 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의 ‘스파이 스타’는 초청 당시만 해도 해외 배급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BIFF 선정 소식이 전해진 이후 곧바로 배급 라인을 확보했다고 한다. 세계 영화 산업 관계자들이 BIFF 경쟁 부문 진출을 작품성과 대중성을 증명하는 확실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고양이를 놓아줘’ 공식 예고편에는 ‘BIFF 경쟁 부문 초청작’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박히기도 한다. 이는 BIFF 경쟁 부문의 이름값이 이제 단순한 명예를 넘어 실질적인 영화 산업적 성과와 흥행 가도에도 날개를 달아주는 강력한 보증수표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관객 문턱 낮추고, 영화적 기준 높이고
올해 BIFF 공식 초청작은 246편으로 지난해보다 5편 소폭 증가했다. 2019년 이래 최대 규모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축소됐던 상영작 수를 상당 부분 회복하는 중이다. 올해로 31회째를 맞는 BIFF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은 명확하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BIFF는 영화 관계자들에게는 점점 더 높은 문턱의 영화제가 되어야 하는 한편 관객들에게는 한없이 낮은 문턱으로 다가서야 한다”며 “올해 프로그램 역시 이러한 방향성에 맞춰 공을 들여 구성했다”고 전했다.
통상 수요일이었던 개막 요일을 화요일로 앞당긴 것은 관객 문턱을 낮추기 위한 대표적 시도다. 영화제 초반에 관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과밀 현상을 해소하는 동시에 첫 주차의 일정 자체를 하루 더 늘려 관객들이 여유롭게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취지다.
이는 지난해 영화제가 막을 내린 직후 BIFF 사무국이 곧바로 내린 결단이었다. 아울러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말 피크 타임의 상영 횟수를 1회씩 늘린 조치 역시 관객들의 관람권을 최대한 두텁게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