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세계 무대 뒤흔든 유쾌한 부산 배구 소녀들

U-17 세계선수권서 8강행
득점마다 톡톡 튀는 세리머니
장수인 “작은 선수들의 롤모델”
문티아라 “배울 점 많은 선수로”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2026-08-25 15:06:48

U-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맹활약으로 한국의 8강행을 견인한 경남여고 장수인, 문티아라. 두 선수가 지난 24일 경남여고 체육관에서 찰칵 세리머니를 재연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U-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맹활약으로 한국의 8강행을 견인한 경남여고 장수인, 문티아라. 두 선수가 지난 24일 경남여고 체육관에서 찰칵 세리머니를 재연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12일(현지 시간) 칠레에서 열린 2026 국제배구연맹(FIVB) U-17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부 한국과 필리핀의 16강전. 호쾌한 백어택 득점 뒤 카메라를 발견한 장수인(16·경남여고)이 코트 밖 카메라를 향해 달려갔다. 장수인은 두 손으로 네모난 프레임을 만들고 활짝 웃었다. ‘찰칵’. 세계 무대의 긴장감보다 배구를 즐기는 영락없는 10대 소녀의 모습이었다. 한국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배구팬들은 열광했다.

장수인과 문티아라(16·경남여고)를 비롯해 선수단은 득점하거나 경기가 끝나면 승리를 자축하며 강강술래를 돌았다. 첫 출전한 U-17 대회에서 한국은 8강에 진출했고 세계 대회를 즐기는 부산 소녀의 모습은 전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국 여자 배구 역사상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 10대 소녀들은 연전연승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푸에르토리코·대만·이탈리아·도미니카공화국·알제리를 차례로 꺾어 조별리그 5전 전승으로 D조 1위에 올랐다. 16강전에서 필리핀까지 꺾으며 6연승으로 8강에 진출했다. 튀르키예에 지며 4강 진출엔 실패했지만 한국 배구의 미래를 보기엔 충분했다.

지난 24일 부산 동구 수정동 경남여고 배구부 코트에서 만난 U-17 대표팀 공격수 장수인과 미들브로커 문티아라는 화제가 된 세리머니의 뒷이야기로 대회 소감을 밝혔다. 장수인은 “사실 손흥민 세리머니는 아니었다”며 “경기 전 중요한 득점을 하면 세리머니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아이돌 가수 겸 배우 박지훈의 ‘내 마음속에 저장’ 포즈를 떠올려서 한 건데 사람들이 손흥민 세리머니라고 해서 그 뒤로는 손흥민 세리머니로 하기로 했다”며 웃었다.

장수인과 문티아라는 대표팀의 돌풍의 중심이었다. 아웃사이드 히터 장수인은 도미니카공화국전 14점, 알제리전 13점, 이탈리아와의 5위 결정전에서도 12점을 올렸다. 문티아라는 경기 중후반 투입돼 결정적 블로킹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예선 알제리전 15-15 동점에서 장수인의 백어택과 문티아라의 오픈 공격이 연이어 터지며 두 선수가 경기를 승리로 이끈 장면은 대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장수인은 “대회 초반 공격이 풀리지 않아 자신감이 떨어질 때는 친구들이 버팀목이 됐다. 못했다고 속상해하면 친구들이 괜찮다고 위로해줘 버틸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자신의 활약의 공을 돌렸다. 문티아라는 “세계 대회 선수들은 키도 크고 파워도 달랐다”며 “대회 전 부상으로 완벽한 제 기량을 다 못 보여준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아쉽다”고 말했다.

장수인과 문티아라는 부산의 배구 명문 수정초-경남여중-경남여고를 함께 다녔다. 중학교 시절에는 5관왕의 기쁨도 함께 맛봤다. 태극마크도 2년째 함께 달고 있다. 지난해 열린 U-1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두 선수의 목표는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프로 선수가 돼 성인 대표팀으로 세계 무대에 서는 것이다. 장수인은 “나라를 대표해서 가는 것이니까 성인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티아라도 “부족한 점을 메워서 다음 연령별 대표팀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을까. 세계 무대를 즐겼던 배포만큼 두 선수가 그리는 자신의 미래 모습도 명확했다. 장수인은 172㎝라는 배구 선수 중 다소 작은 신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장수인은 “제가 성공해서 키가 작은 유망주 선수들에게도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문티아라는 배구 슈퍼 스타 김연경의 실력과 함께 책임감과 열정을 닮은 자신을 꿈꾼다. 문티아라는 “언젠가 후배들이 롤모델로 저를 꼽을 수 있을 만한 선수가 되고 싶다”며 “나라는 선수를 봤을 때 배울 점이 많은 선수라고 느끼게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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