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주말] 미리보는 AI의 습격?…‘미션 임파서블 7’과 ‘언노운: 킬러 로봇’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2023-07-14 15:19:59

인공지능(AI)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가장 염려되는 분야는 AI의 무기화입니다. 살상 능력을 갖춘 AI가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이 현실화 될 수도 있습니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 속 ‘스카이넷’처럼 인간을 멸종시키려는 존재가 탄생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영국 왕립항공학회(RAeS)에선 AI 드론이 가상훈련에서 인간 조종자를 공격했다는 발표가 나와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발표자였던 미 공군 대령은 “실제 시뮬레이션 훈련이 아니라 가설에 근거한 ‘사고(思考) 실험’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AI’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례로 남게 됐습니다.

지난 12일 개봉한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이하 ‘미션 임파서블 7’)에도 고도로 발달한 AI가 빌런으로 등장합니다. 막강한 힘을 가진 AI는 앞선 6편의 시리즈에서 보지 못했던 능력을 발휘해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극장을 나서며 ‘실제로 AI가 인간을 위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침 ‘터미네이터’(1984) 개봉 40주년 맞아 지난 10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언노운: 킬러 로봇’은 군용 AI의 위험성을 폭로하는 내용입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언노운: 킬러 로봇’. 롯데엔터테인먼트·넷플릭스 제공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언노운: 킬러 로봇’. 롯데엔터테인먼트·넷플릭스 제공

‘액션 장인정신’ 돋보이는 미션 임파서블 7

배우 최민식, 코미디언 최양락,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 세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모두 1962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61세입니다. 그런데 톰 크루즈는 혼자서 나이를 천천히 먹나 봅니다. 대표작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위험천만해 보이는 고난도 액션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고 있습니다. 4편인 ‘고스트 프로토콜’(2011)에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 외벽을 올랐고, 5편인 ‘로그네이션’(2015)에선 군 수송기 바깥에 매달린 채로 비행했습니다. 6편 ‘폴아웃’(2018)에선 7600m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 연기를 펼쳤습니다. 그렇게 톰 크루즈는 영화 주인공 ‘에단 헌트’ 그 자체가 됐습니다.

7편 ‘데드 레코닝: 파트 원’에서 톰 크루즈는 오토바이를 몰다가 아찔한 높이의 낭떠러지에서 낙하하는 액션을 직접 해냈습니다.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촬영 비하인드 영상에 따르면 톰 크루즈는 이 장면을 위해 고공 자유낙하를 500번 넘게 했고, 1만 3000번 이상의 오토바이 점프 연습(모터크로스 점프)을 수행했습니다.

준비에 수년이 걸렸다는 이 씬은 영화관에서 감상하기에 제격이었습니다. 기자는 아이맥스 포맷으로 관람했는데, 대형 스크린으로만 느낄 수 있는 압도감을 받았습니다. 옛날 홍콩영화였으면 최소 3번의 리플레이가 나왔을 명장면이 순식간에 지나가 아쉽기까지 했습니다.

이 장면 이후로 이어지는 시퀀스도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폭주하는 기차에서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을 비롯한 악당들과 펼치는 격투를 박진감 넘치게 연출했습니다. 성별을 가리지 않는 격렬한 무술 대결, 좁은 공간에서 속도감을 살린 촬영이 돋보입니다.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상황 설정 탓에 입술을 깨물고 몰입하게 됩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션 임파서블 7’은 163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순도 높은 액션으로 채웠습니다. 초반부터 아라비아 사막에서 말과 낙타를 동원한 총격전이 벌어지고,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방탄 장갑차가 도심을 휘젓고 다닙니다. 새로운 인물 ‘그레이스’(헤일리 앳웰)와 에단이 슈퍼카 대신 작고 귀여운 피아트500을 몰고 펼치는 카체이싱 장면은 역동성과 유머를 모두 잡았습니다.

이번 작품의 메인 빌런은 어떤 네트워크 보안도 뚫을 수 있는 AI ‘엔티티’입니다. 자체진화한 엔티티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결정을 내립니다. 세계 각국은 이 막강한 힘을 가진 AI를 손에 넣으려 하지만, 에단은 엔티티가 불러올 파국을 예상하고 이를 파괴하려 합니다.

그러나 엔티티의 통제권을 얻을 수 있는 열쇠를 거래하려는 세력들과 열쇠를 차지하려는 미국 요원들이 헌트를 방해합니다. 엔티티 역시 자신을 파괴하려는 에단을 시시각각 괴롭힙니다. 바둑을 두는 것처럼 2~3수 앞을 내다보고 트릭을 써서 특정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합니다. 헌트와 동료들은 혼란에 빠지고, 계속해서 작전에 차질이 생깁니다.

에단은 감정적인 인물이지만, 온갖 위협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성과 냉정함을 유지하려 애씁니다. 반복되는 딜레마 속에서 소중한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힘겨운 선택을 내리는 에단은 여전히 관객을 매료시키는 인간적인 캐릭터입니다.

‘미션 임파서블 7’은 서사의 큰 줄기는 단순하지만, 일부 이해가 쉽지 않은 대목도 있습니다. 상황이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장황한 대사도 많습니다. 전작 주연급 캐릭터인 ‘일사’(레베카 퍼거슨)와 ‘화이트 위도우’(바네사 커비)는 반갑지만, 등장인물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스토리 이해도가 떨어지게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빌런 캐릭터 중에선 한국계 배우 폼 클레멘티에프가 인상적입니다. 클레멘티에프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서 착하고 순한 ‘맨티스’ 역으로 얼굴을 알렸는데, 이번 작품에선 180도 변신해 거침없이 목표를 좇는 악인이 됐습니다.

‘파트 1’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에단은 7편에서 임무를 완료해내지 못합니다. 엔티티를 둘러싼 기나긴 싸움을 마무리할 ‘데드 레코닝: 파트 2’는 내년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언노운: 킬러 로봇’.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언노운: 킬러 로봇’. 넷플릭스 제공

AI가 사람 죽여도 되나…‘언노운: 킬러 로봇’이 던지는 질문

생성형 AI ‘챗 GPT'가 갖춘 능력이 연일 화제입니다. 일각에선 AI가 곧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사실 급격한 기술의 발전은 대개 큰 부작용을 낳아왔습니다. 스웨덴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는 굴착 공사에서 요긴하게 활용됐지만, 전장에선 수많은 인명을 빼앗았습니다. 원자력을 활용하면 공해 없이 전기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지만, 원자폭탄은 너무나 손쉽게 수십만 명을 죽였습니다. 이중용도 기술이 가진 맹점입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AI 역시 인류의 일자리는 물론이고,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지난 10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언노운: 킬러 로봇’(이하 ‘킬러 로봇)은 AI를 군수산업에 접목시키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폭로하는 내용입니다. 영국 가디언 등 일부 외신도 관심을 가지고 소개했습니다.

‘킬러 로봇’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AI 기술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생명을 빼앗는 결정을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에 맡겨도 되는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미군은 이미 AI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AI 조종사가 F-16 전투기 시뮬레이션 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습니다. 앞서 2020년에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에서 진행한 가상 근접 공중전(도그파이트) 대결에서 방산업체가 개발한 AI 시스템이 미 공군의 인간 F-16 조종사에 5전 전승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킬러 로봇’은 더욱 발전한 AI 조종사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현역 미 공군 조종사가 AI 조종사와의 시뮬레이션 전투에서 처참히 연패합니다. 시무룩해진 인간 조종사는 전투기의 비행 궤적을 완벽히 계산해 무기를 발사하는 AI 조종사를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AI 무기 개발자들은 이러한 막강한 능력이야말로 AI를 군수산업에 도입해야 할 이유라고 강조합니다. AI 기술이 접목된 무기로 신속하고 완벽하게 적을 제압하면 아군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민간 AI 개발 연구원들은 분통을 터트립니다. 사족보행하는 수색·구조 로봇으로 인명을 구할 수 있지만, 이 로봇에 무기만 달면 살상로봇이 된다는 겁니다.

‘킬러 로봇’은 이러한 쟁점을 소개하며 시청자의 생각을 자극합니다. 전직 특수부대원, 전 미국 국방부 차관, MIT 연구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등장해 AI 무기 개발의 당위성과 위험성을 설파합니다.

AI 무기 개발에는 필연적으로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핵심은 ‘자율성 증대’입니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체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설정해 AI 무기의 자율성을 강화해야만 작전 수행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합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전투 현장에서 적에게 발포할지 말지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신속한 제압이 가능합니다. 신속한 위협요소 제거는 아군의 안전과 직결됩니다.

그러나 ‘AI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느냐’는 아직 의문입니다. ‘미션임파서블 7’의 엔티티처럼,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예상과 다른 선택을 내리게 되면 참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AI가 합법성과 당위성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전시국제법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접근한 어린 소녀 정찰병을 쏘는 것은 위법사항이 아닙니다. 전시국제법을 철저히 따르도록 설계한 AI 무기는 인간 병사와 달리 소녀 정찰병을 지체 없이 쏴 죽일 겁니다. 더 많은 민간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킬러 로봇’은 전혀 생각 못한 분야에서 AI가 위협이 된 경우도 소개합니다. AI가 계산해내는 무한한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에 일부 과학자들은 AI가 새로운 화학물질을 조합하도록 하고 질병 치료제를 개발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과학자들은 아주 간단한 조작을 거치면 세계 최고의 맹독성 화학물질을 개발하는데도 AI가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저 ‘시작’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독성이 높은 맹독성 분자가 탄생했습니다. 과학자들은 화학테러에 AI가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런 상황이 발생할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분명한 것은, AI 개발에 맞춰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목소리를 모으고 있습니다.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행사에서 가까운 미래에 AI가 많은 인간을 다치게 하거나 죽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달 30일에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IT기업 경영자·과학자 350여 명이 “AI로 인한 인류 절멸의 위험성을 낮추는 것을 글로벌 차원에서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킬러 로봇’은 AI 무기의 발전 가능성과 근미래에 펼쳐질 상황을 설명합니다. 구체적 시점까지 언급하며 AI 무기가 어느 수준까지 성장할지, 또 그로 인해 인류가 어떤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쉽고 선명하게 알려줍니다. 이중용도 기술을 제어하는데 실패해온 인류의 역사도 톺아봅니다. 동시에 AI 무기를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측의 주장과 근거도 비중 있게 다룹니다. 다큐멘터리 장르지만 속도감 있는 편집과 깔끔한 연출, 6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덕에 그리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 김정남 피살사건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사례도 일부 등장합니다.

‘킬러 로봇’을 다 보고 나면 인류멸망 시나리오가 한 가지 더 늘어난 것 같아 찝찝한 기분이 듭니다. 새로운 정보를 배웠다는 점은 좋지만, 영국 가디언지의 리뷰처럼 차라리 모르고 사는게 속이 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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