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4-23 16:21:15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하고 전합 심리에 들어갔다. 대법의 이례적인 ‘속도전’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모두 그 배경을 두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법이 상고 기각으로 이 후보 무죄를 확정하거나, 유죄 취지의 파기 환송으로 고법에 돌려보내는 등의 시나리오에 대한 전망들이 쏟아져 나온다.
23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 사건과 관련한 대법 선고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시점과 내용이다. 우선 시점에 대해선 선거법상 선거사범의 경우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 후보의 대법원 판결은 6월 26일 전에 나와야 한다. 6월 3일 치러지는 이번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은 내달 12일부터다. 다만 이 같은 규정은 강제 조항이 아니기에, 사실상 대법의 선고 시점은 ‘안갯속’이다.
대법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로 거론된다. 원심(무죄)을 유지하는 ‘상고 기각’(무죄 확정), 유죄 취지의 ‘파기 환송’, 유죄로 보되 대법원이 형량을 직접 정하는 ‘파기 자판’이다. 파기 자판의 경우 또다시 벌금 100만 원 미만 유죄 확정과 벌금 100만 원 이상의 유죄 확정으로 나눌 수 있다. 대법원이 파기자판해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할 경우에는 이 후보의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대선 전 선고’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대법이 상고 기각 결정을 내려 이 후보의 무죄가 확정되면 이 후보는 대권 질주에 날개를 달게 된다. 이 경우 정치권에선 사실상 대통령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대 ‘사법리스크’를 벗었기 때문이다.
반면, 대법이 유죄 취지의 파기 환송 결정으로 사건을 고법에 돌려보내면 이 후보는 정치적 치명타를 입게 된다. 재판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확정 판결은 아니지만, 유죄 가능성이 확연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 후보의 대통령 자격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파기 자판에서 100만 원 이상의 유죄 확정이 나오면 그의 대권 행보는 그 자리에서 멈추게 된다. 100만 원을 넘기면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선고 이전에 대선이 끝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선 이후 이 후보가 당선됐다고 가정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부는 헌법 84조를 해석해 ‘재판 계속 진행’ 또는 ‘대통령 임기 중 재판 정지’ 중 한 가지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앞서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사건 공판 진행을 정지하는 법을 통과시키면 이 후보 재판은 사실상 효력을 잃는다. 헌법상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두고 학자들도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이 중지되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법률 개정으로 재판이 중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대법에 대선 전 조속한 판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법은 파기 자판을 통해 유죄인지 무죄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이 후보가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친 이후 또는 당선된 후에 대법 판결이 나올 경우,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공정성에 대한 의심은 피할 수 없다”고 신속한 판결 필요성을 내세웠다.
민주당은 대법이 대선 전 이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대법을 압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법원이 국민의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대법원은 헌법 정신을 지켜라.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