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기금인가” 거제시 ‘2000억 상생기금’ 갑론을박

변광용 거제시장 4·2 재선거 핵심 공약
지역 양대조선소 삼성중공업·한화오션
거제시와 5년간 연 100억 출연 목표
공약 설계 과정 기업과 사전 교감 없어
“상생 아닌 강제, 협치 아닌 독단” 불만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2025-04-22 09:31:44

부산일보DB 부산일보DB

4·2 재보궐 선거 압승으로 3년 만에 시정에 복귀한 변광용 거제시장이 핵심 공약 사업을 둘러싼 논쟁으로 시작부터 살얼음판이다.

앞선 ‘전 시민 20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에 이어 ‘2000억 원 규모 지역상생발전기금’도 공방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복되는 정쟁에 가뜩이나 빠듯한 임기를 헛심만 쓰다 허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거제시는 지난 18일 자 삼성중공업 경영진과 ‘상생 발전 간담회’를 열었다고 전했다.

현장에는 변광용 시장과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부회장)를 비롯해 거제시 이형운 경제해양국장, 삼성중공업 이성락 인사총괄, 이상억 총무팀장이 배석했다.

변 시장은 이 자리에서 지역상생발전기금 설치와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실무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 기금은 변 시장이 지난 재선거 때 약속한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거제시와 지역에 사업장을 둔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이 향후 5년간 매년 100억 원씩 출연하는 방식으로 최대 2000억 원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기금은 △중소상공인 지원 △지역 특화 개발 △기업 환경 개선‧지속 성장 강화 △내국인 고용 인센티브 △지역 출신 정규직 채용 △노동자 실질임금 향상 등 중장기 프로젝트에 투입한다.

이를 통해 지역과 기업, 노동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기업 성장, 인재 지원을 통한 미래발전과 지속가능한 성장의 밑거름이 될 재원”이라며 “열린 소통과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거제시는 지난 18일 삼성중공업 본관 접견실에서 ‘상생 발전 간담회’를 열었다. 변광용 시장(왼쪽)과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가 지역상생발전기금 조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부산일보DB 거제시는 지난 18일 삼성중공업 본관 접견실에서 ‘상생 발전 간담회’를 열었다. 변광용 시장(왼쪽)과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가 지역상생발전기금 조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문제는 공약을 설계하는 과정에 정작 기금 출연 당사자인 기업과는 사전 교감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호황이라지만 인력난에다 미국발 관세전쟁, 중국과의 수주 경쟁 심화 등으로 안팎의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면서 “충분한 협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짚었다.

거제시는 변 시장 취임 이후 공약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양측의 온도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지금은 기업 구성원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 사원으로 제8대 거제시의원을 지낸 이인태 씨는 21일 기고를 통해 “지역 경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하지만, 이 기금이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기업 출연금이 과연 실현 가능한가 그리고 그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면서 “기업의 자금은 노동자들이 땀 흘려 일한 결과에서 나오는 가치다. 노동자 몫으로 돌아가야 할 재원을 공공의 이름으로 전용하려는 발상은 그 자체로 권리 침해이자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며 상생이 아닌 강제, 협치가 아닌 독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낸 돈으로 단체장이 생색을 낸다는 인식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며 “이런 방식의 상생기금 조성에 단호히 반대한다. 진정한 상생은 급조된 계획이 아니라 당사자 간 동의와 합의 속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생회복지원금과 마찬가지로 공약 이행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는 가운데, 변 시장은 22일 오후 한화오션을 찾는다.

이 자리에서도 삼성중공업 방문 때와 같은 의제를 던지며 경영진을 설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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