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공사장 중장비 사고, 안전 대책 시급

명지동서 80t 항타기 쓰러져
운전자 탑승 차량 덮쳐 ‘아찔’
건설업 사망 25% 중장비 사고
부산노동청 “지도·점검 강화”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2024-12-22 18:09:58

지난 20일 부산 강서구 한 공사장에서 80t짜리 항타기가 인근 주차장으로 쓰러졌다. 독자 제공 지난 20일 부산 강서구 한 공사장에서 80t짜리 항타기가 인근 주차장으로 쓰러졌다. 독자 제공

겨울철 각별한 안전관리가 필요한 부산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 불감증’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강풍, 추위 등의 영향으로 재해 발생률이 높아지는 겨울철 공사 현장에 특별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일 오전 8시 50분께 부산 강서구 명지동 한 병원 공사 현장에서 높이 43m, 무게 80t 항타기가 인근 성당 주차장으로 쓰러졌다. 항타기는 공사 현장에서 지반에 큰 구멍을 뚫어 건축물을 제자리에 튼튼하게 고정하는 말뚝을 설치하는 데 사용되는 장비다. 당시 공사 현장에선 항타기 2대를 사용 중이었는데, 한 대가 넘어지며 사고가 발생했다. 넘어진 항타기는 40대 운전자 A 씨가 탑승 중이던 차량 후미에 떨어졌고 피해 차량 뒷범퍼와 뒷유리창이 파손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충격으로 크게 놀랐지만, 다행히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항타기가 평소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은 주차장 쪽으로 쓰러졌지만, 인근 아파트나 오션시티 중앙상가 방면으로 쓰러졌다면 행인이나 주행 중인 차량을 덮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사고 당시 근처를 지나간 한 60대 여성은 “평소처럼 등굣길 교통봉사를 마치고 가던 중에 ‘쿵’ 하는 소리와 큰 진동을 느꼈다. 출근길에 대형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아직까지 손발이 떨린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경찰은 항타기를 옮기는 과정에서 땅이 고르지 않아 설비가 균형을 잃으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상황과 원인을 비롯해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 위반 여부도 함께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일선 공사 현장에서 건설기계 도입·사용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중장비 사고로 인한 사망 사고 우려도 커진다. 특히 최근 3년간 건설업 사고 사망자 중 4명 중 1명은 굴착기, 크레인 등 건설기계, 중장비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건설기계·장비에 의한 사망자는 △2021년 90명(전체 건설업 사망사고의 25%) △2022년 96명(28%) △2023년 85명(28%)으로, 건설업 사망사고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직전 3개년(2018~2020년) 평균치 19%에 비하면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 잇따르는 공사장 사고로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앞서 지난 10월 동래구 대심도 터널 공사장에서는 70대 근로자가 하역 작업을 하던 중 무게 300kg에 달하는 거푸집에 맞아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 3월에는 남구의 굴착기가 재개발 지역 철거 작업을 하던 중 전선을 건드려 전봇대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전봇대가 초등학교 통학로 쪽으로 무너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건설 현장에서 추락 방지 설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도 잇따른다. 지난달 4일 수영구의 한 상업용 건물 신축 공사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추락해 숨졌다.

강풍과 추위 등 겨울철 기후는 작업 환경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만큼 건설 현장 안전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고용노동청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산업재해와 화재 등 안전사고가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만큼 현장 지도·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각 현장과 공사처에서는 안전에 각별한 노력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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