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수출, 중국 의존 낮아지고 미국·대만 비중 커져

중·홍콩 비중 4년 새 61%→52%로 하락
미·대만은 14%→22%, 베트남 12→13%
미·중 반도체 전쟁, 미 선도 AI 붐 등 영향
'범용 반도체 자립' 中수출 비중 더 내려갈 듯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2025-01-05 12:24:50

안덕근(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1월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을 방문해 EUV(극자외선) 등 반도체 생산라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산업부 제공 안덕근(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1월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을 방문해 EUV(극자외선) 등 반도체 생산라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산업부 제공

‘미·중 반도체 전쟁’ 속에 최근 수년에 걸쳐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상당히 낮아지고 미국, 대만, 베트남으로 수출 비중은 증가하는 등 한국의 반도체 수출 지형도가 크게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반도체 수출액은 1419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국가별 반도체 수출 비중을 보면, 중국·홍콩을 합친 비중은 2020년 61.1%에서 작년(1∼11월) 51.7%로 9%포인트(P) 이상 낮아졌다. 중국과 홍콩을 분리해도 중국 비중은 같은 기간 40.2%에서 33.3%로, 홍콩 비중은 20.9%에서 18.4%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대부분이 재교역 형태로 중국에 들어가는 것으로 본다.

미국으로의 반도체 수출 비중은 2020년 7.5%에서 2024년 7.2%로 대체로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미국과 미국의 '반도체 동맹'인 대만까지 합친 한국의 수출 비중은 2020년 13.9%에서 21.7%로 8%P가량 높아졌다.

실제 대만으로의 수출 비중은 2020년 6.4%에서 2024년 14.5%로 급상승했다. 특히, 작년 1∼11월 한국의 대만 반도체 수출액은 185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9.2%나 급증했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향 HBM(고대역폭 메모리) 판매액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영향이 컸다. 통계상 SK하이닉스의 HBM 공급은 미국 수출이 아닌 중간 제조 기지인 대만 수출로 잡힌다. 팹리스 업체인 엔비디아의 주문을 받은 TSMC는 대만 내 패키징 공장에서 자사가 앞서 제조한 GPU와 한국에서 온 HBM을 함께 패키징해 최종적으로 AI 가속기 제품을 제작, 엔비디아에 납품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 라인. 삼성전자 제공. 연합뉴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 라인. 삼성전자 제공. 연합뉴스

베트남 수출 비중은 2020년 11.6%에서 2024년 12.9%로 높아졌다. 이는 삼성전자의 IT 제품 생산 거점 이동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메모리 시장을 좌우하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 지형도 변화는 미·중 '반도체 전쟁', 미국 주도의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투자 붐 등 큰 산업 변화를 반영한다. 세계 제조업 기업의 탈중국 흐름 가속화, 범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반도체 자립 강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향후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중 갈등 심화와 이로 인한 세계 반도체 시장 변화가 한국의 반도체 수출 지형 변화의 큰 배경"이라며 "장기적으로 다국적 제조 기업들이 중국에서 탈출해 동남아, 인도 등으로 가고 있어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도한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고 수출 대상국이 다변화하는 흐름은 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앞으로 어차피 중국과는 반도체 산업에서도 기존의 상호 보완 구도에서 경쟁적 구도로 바뀌기 때문에 반도체 수출국도 중국 외로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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