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흉기 인질극 20대 ‘스토킹 무죄’ 받고 5년 감형

흥신소 통해 주거지 찾아내 17차례 탐문
흉기 인질극 중 “살해·상해 고의 없었다”
법원, 피해자가 스토킹 몰라 처벌도 안돼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2025-01-31 11:04:32

2023년 12월 11일 경남 사천시 한 아파트에서 전 여자친구를 상대로 흉기 인질극을 벌인 사건 현장. 부산일보DB 2023년 12월 11일 경남 사천시 한 아파트에서 전 여자친구를 상대로 흉기 인질극을 벌인 사건 현장. 부산일보DB

흥신소를 통해 헤어진 여자친구 주거지를 찾아내 십여 차례에 걸쳐 탐문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해 흉기 인질극을 벌인 20대(부산일보 지난해 5월 26일 11면 등 보도)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법원이 스토킹 혐의에 대해 무죄를 내리면서다.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민달기)는 살인미수, 보복상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7년을 받은 A 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또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A 씨는 2023년 12월 11일 전 여자친구 B(30대) 씨가 사는 아파트를 찾아가 흉기를 휘두르며 인질극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당시 A 씨는 이 아파트 6층과 7층 사이 계단에서 B 씨를 인질로 삼고 4시간 정도 경찰과 대치하다, 오후 6시께 홀로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소방당국이 미리 설치한 안전 매트 위로 떨어지면서 목숨은 건졌다.

A 씨는 2022년 8월 B 씨에게 스토킹죄로 고소당하게 되자 앙심을 품고 이번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 씨는 B 씨의 주거지를 알아내기 위해 흥신소를 이용했으며, 17차례에 걸쳐 아파트를 사전답사하며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징역 17년을 선고하자 A 씨 측은 “B 씨가 스토킹을 인식하지 못했고, 살해나 보복상해 등에 대한 고의도 없었다”며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스토킹 혐의에 대해 무죄를 내렸다. 재판부는 “A 씨의 각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B 씨가 스토킹행위를 인식했다고 증명되지 않아 스토킹처벌법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대방(피해자)이 스토킹행위를 인식하지 못했을 때는 그 행위로 인해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킬 수 없어, 행위자를 스토킹죄로 처벌할 수 없다.

이어 재판부는 “A 씨의 범행으로 B 씨는 왼손과 오른팔 등을 다쳐 8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A 씨는 B 씨의 목에 흉기를 겨눈 채 스토킹 사건과 관련한 추궁을 하면서 생명에 위협을 가했다”며 “피해자가 겪었을 극심한 공포와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어렵고, 이 사건 범행의 동기·경위·방법·결과 등에 비춰 볼 때 A 씨의 죄책이 매우 무거워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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