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2025-02-27 18:18:25
자극적인 음식 대신 균형잡힌 식사로 노화를 늦추는 이른바 ‘저속 노화’ 식단이 유통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저속 노화 식단은 정제 탄수화물, 단순 당, 알코올, 카페인 등을 피하고 혈당지수(GI)가 낮은 잡곡밥, 채소, 견과류 등을 섭취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해부터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대형마트나 편의점, 이커머스 등에서 샐러드나 잡곡, 건강식품 등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27일 부산지역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5일까지 대체당(알룰로스, 스테비아 등) 관련 상품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6%로 크게 늘었다. 이 밖에도 캐슈넛, 땅콩, 하루건견과 등의 건견과는 15%, 비타민·미네랄 13%, 샐러드 10% 등의 매출 신장율을 기록했다.
편의점에서도 저속 노화 관련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최근 저속 노화, 웰니스, 웰에이징 등 열풍이 이어지면서 편의점에서도 잡곡을 찾는 고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GS25의 전년대비 잡곡 매출 신장률은 △2022년 15.4% △2023년 23.8%, △2024년 25.9% △2025년(1월) 60.7%를 기록했다.
이같은 트렌드에 힘입어 GS25는 잡곡을 올해 신선식품 전략 카테고리로 선정하고, 업계 최초로 프리미엄 ‘오분도미’를 선보이기도 했다. 오분도미는 쌀의 겉껍질을 벗겨 50% 정도만 도정한 것으로 비타민, 미네랄, 황산화 물질 등의 영양소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오분도미로 가마솥밥을 지어 주목받은 바 있으며, 이번에 출시된 상품은 편의점용 4kg짜리로 선보인다.
GS25는 잡곡을 핵심 전략 상품 중 하나로 선정한 만큼 올해 편의점 맞춤형 상품을 출시하는 등 라인업 다변화 등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할 방침이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저속 노화’ 관련 키워드가 인기를 끌고있다.
컬리에 따르면, 최근 저속 노화 관련 식품의 상품군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대표적인 저속 노화 푸드 중 하나인 잡곡과 샐러드, 이너뷰티 등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전년 대비 두 자릿 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잡곡 상품군은 30% 이상 증가했으며, 샐러드와 이너뷰티의 경우 각각 10%, 11%씩 판매가 늘었다.
간편하게 저속 노화 식단을 즐길 수 있는 간편식 분야의 인기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식단관리 도시락 브랜드 마이비밀의 ‘다이어트 도시락 8종’은 지난해 12월 판매량은 같은 해 9월에 비해 130% 늘었다. 같은 기간 샐러드판다의 ‘병샐러드 12종’과 이영애의 건강미식 ‘효소 30포 3종’은 각각 35%, 91% 증가했다.
배달앱 내에서도 건강식 관련 매출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민이 운영하는 자보기 서비스 B마트의 지난달 ‘건강·식단관리’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3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카테고리에서 판매 중인 상품의 개수도 약 22% 증가했다.
식품업계에서도 저염, 저당, 저칼로리, 디카페인 등 저속노화 트렌드에 따른 메뉴 개발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편, 저속 노화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건강한 식단을 공유하는 모임 등도 활발하게 생겨나고 있다.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최근 6개월간 신규 생성된 ‘샐러드 모임’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모임 이용자 수는 128% 증가했다. 모임은 대체로 샐러드 섭취를 인증하거나, 샐러드 가게 정보 및 레시피 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추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MZ세대를 중심으로 ‘마라탕후루(마라탕·탕후루)’등과 같은 자극적인 식품이 유행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속 노화’ 식품을 찾는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면서 “저속 노화와 관련한 상품 출시와 마케팅 등이 한동안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