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의 거점 범어사와 그 스님들을 기억하다”

백용성·한용운·오성월 조명
임시정부 기억상자 순회전
내달부터 성보박물관 전시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2025-02-26 14:08:56

1940년 9월 17일 중국 충칭의 가릉빈관에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 전례식이 열리고 있다. 독립기념관 제공 1940년 9월 17일 중국 충칭의 가릉빈관에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 전례식이 열리고 있다. 독립기념관 제공
민족 교육의 산실인 명정학교가 범어사에서 문을 열었다. 김동철 제공 민족 교육의 산실인 명정학교가 범어사에서 문을 열었다. 김동철 제공

범어사 성보박물관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과 공동 주최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억상자' 순회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3‧1절 106주년과 광복 80주년을 맞아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범어사와 관련된 독립운동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3월 1일부터 4월 13일까지 열린다.

총 3부 중 1부 ‘범어사와 3·1운동’은 1919년 3월 7일 부산 동래장터 만세운동을 시작으로 독립운동에 기여해 온 범어사의 역할과 백용성, 한용운, 오성월, 김법린 등 불교계 관련 인물들의 임시정부 활동을 집중 조명한다. 백용성 스님(1864~1940)은 3·1운동 민족 대표 33인 중 한 명으로 독립선언서에 서명했다. 그는 일본인 승려의 한국 불교계 침투 등에 반대하는 ‘건백서 제출사건’을 주도하고, 불교 경전 한글 번역과 국민 계몽 운동 등으로 독립을 위해 애썼다.

한용운(1879~1944) 스님은 불교계 민족 대표로 독립운동에 기여했다. 1911년 일본 불교의 침탈을 막기 위해 임제종 운동을 주도하고, 범어사와 깊은 인연을 맺으며 3·1운동에 참여했다. 1919년에는 ‘대한승려연합회 독립선언서’에 서명해 불교가 독립항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범어사 경성포교당을 통해 임시정부와 불교계의 연결 역할을 하면서 ‘용성대선사사리탑비록서문’으로 용성 스님의 업적을 기렸다.

오성월(1866~1943) 스님은 3·1운동을 후원하고 대한승려연합회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불교계 독립운동의 선구자였다. 그는 범어사의 선찰대본산 사격을 확립하고, 명정학교와 지방학림 등 교육기관을 설립해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인재 양성에 힘썼다. ‘선찰대본산 범어사 전경도’는 그가 주석하던 시기의 범어사를 그린 작품으로, 범어사의 교육적 비전이 담겨 있다. 그는 임시정부 고문으로 범어사 자금을 임시정부에 전달했다.

김법린(1899~1964)은 1919년 만세운동 후 중국 상해로 망명, 한국민단본부 대표로 활동하며 독립운동을 했다. 그는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단체 간 연결을 시도하고, ‘화신공보’를 발간해 독립운동 소식을 전파했다. 프랑스 유학 후 세계피압박민족대회에서 조선 대표로 일제를 규탄하는 연설을 했다.

2부 ‘군주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에서는 임시정부 설립과 주요 활동을 다룬다. 임시정부는 1919년 4월 11일 상하이에서 최초의 민주 공화제 정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외교, 군사, 행정 등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독립운동을 이끌었다. 이번 전시는 이 과정에서 임시정부의 역할과 함께 그들이 직면했던 도전들을 살펴본다.

3부 ‘임시정부에서 정부로’에서는 1948년 건립된 대한민국 정부가 임시정부의 헌법, 국호, 태극기, 애국가 등 중요한 요소들을 계승한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임시정부의 민주공화제 정부로서의 의미를 되새기며, 독립운동이 대한민국의 건국에 끼친 영향을 강조한다. 김희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장은 “3·1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 정신이 살아 있는 범어사에서 임시정부의 역사를 알릴 기회를 갖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임시정부의 역사를 많은 국민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범어사 주지 겸 박물관장 정오 스님은 “독립운동가들이야말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고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으며 희생을 감내한 진정한 보살의 모습이다.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정신을 깨닫고,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힘차게 나아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개막식은 내달 1일 범어사 3·1운동 유공비 앞에서 기념식을 거친 후, 오전 10시부터 범어사 성보박물관 중정에서 진행된다. 전시 개막을 기념하는 행사로 부산문화와 협업하여 김준연 테너와 박현진 소프라노가 독립과 희생의 의미를 담은 ‘아리아’를 선사한다.


대한승려연합회 독립선언서. 독립기념관 제공 대한승려연합회 독립선언서. 독립기념관 제공
대한민국임시정부는 1945년 9월 3일 중국 충칭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회 주석 김구 명의로 '국내외 동포에게 고함'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제공 대한민국임시정부는 1945년 9월 3일 중국 충칭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회 주석 김구 명의로 '국내외 동포에게 고함'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제공

백범 김구의 친필이 적힌 한국애국가 악보.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제공 백범 김구의 친필이 적힌 한국애국가 악보.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제공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억상자전 포스터.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억상자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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