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5-01 15:38:27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사업비 26조 원으로 추산되는 체코 신규원전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한수원은 오는 7일 체코 프라하에서 두코바니 신규 원전사업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팀 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 신규원전 2기 수주를 확정하면서 한국은 중동에 이어 원전 강국 프랑스의 아성인 유럽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지난 30일(현지시간) 각료회의를 열어 원전 건설 예산을 승인했으며, 5월 7일 한수원과 본계약을 맺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체코 정부가 본계약 체결 일정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한수원 및 체코전력공사, 그리고 양국 정부는 신속하게 계약 체결식 준비에 착수했다.
산업부는 “체코 정부가 신규원전 건설사업의 계약 체결 일자를 5월 7일로 공식 발표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한·체코) 양국은 체결식 개최계획 등을 협의하고 있으며, 성공적인 체결식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도 환영의 뜻을 밝히며, “체코 신규원전 사업 본계약 체결, 성공적인 계약이행과 적기 준공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종계약이 마무리되면 한수원은 현재 원전 4기를 운영 중인 체코 두코바니 원전 단지에 5·6호기를 새로 짓는다. 체코 정부가 나중에 테멜린 단지 내 원전 3·4호기 건설 계획을 확정하면 한수원은 이 사업에도 우선협상권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원전 2기 사업비로 4000억 코루나(26조 2000억 원)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이 해외에서 통으로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한 것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16년 만으로, 이번이 두 번째다.
중동과 달리 유럽은 상업용 원전 이용이 시작된 세계 원전 시장의 중심이다. 한국은 우수한 가격 경쟁력과 계획된 일정대로 원전을 완공하겠다는 '온 타임 위딘 버짓'(on time within budget) 전략을 앞세워 체코의 선택을 받는 데 성공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선진 시장인 유럽은 진출 조건이 까다로워서 유럽에 (원전을) 수출하면 시장에서 더욱 존중받을 수 있게 된다"며 "선진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고 평가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세계적으로 크게 위축된 원전 수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 우려 고조, 인공지능(AI) 혁명이 촉발한 전력 수요 급증 등의 영향으로 다시 회복세가 뚜렷하다. 유럽에서는 원전을 주요 전력원으로 쓰던 프랑스와 핀란드 말고도 체코, 폴란드, 불가리아, 터키, 영국, 네덜란드 등이 새로 원전 건설 추진에 나선 형국이다. 한국 원전 업계는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동남아시아에서는 베트남에서 각각 신규 원전 건설 참여 가능성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팀 코리아'가 체코 원전 사업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해 정확한 수주 가격, 현지화율 등 '팀 코리아'의 사업 수익성에 영향을 줄 계약 핵심 조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와 한수원은 앞서 체코 신규원전 2기 사업 비용이 총 20조 원대로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덤핑 수주 논란'을 반박한 바 있다.UAE 바라카 원전의 경우 총 4기로 구성된 원전을 약 20조 원에 수주했다.
수주 가격 외에도 체코 측이 원하는 '60% 현지화율 목표'와 '미국 웨스팅하우스 몫' 변수가 체코 원전 사업의 수익성 확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 중 웨스팅하우스와의 관계 문제는 체코 원전 사업 수익률에 보다 직접적 영향을 줄 요인으로 손꼽힌다.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월 전격적으로 지식재산권 분쟁을 풀고 제3국 시장 진출에 협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