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2025-04-29 20:30:00
부산의 중견 건설 기업 회장이 북항 재개발 지역 내 야구장 건립에 2000억 원 기부를 약속했다. 공회전하고 있는 북항 랜드마크 개발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결심이다. 자금 조달 문제의 상당 부분을 덜어낼 수 있게 된 만큼, 북항 야구장 추진 움직임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협성종합건업 정철원 회장은 29일 〈부산일보〉 취재진에게 “북항 랜드마크 부지에 야구장을 짓는 것만큼 확실하게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건 없다”며 “북항 야구장 건립이 추진되면 어떤 식으로든 2000억 원을 내놓겠다. 이 기부가 밀알이 돼 반드시 북항에 야구장이 들어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역 향토 기업이 공공 프로젝트에 2000억 원 규모의 기부를 약속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부산에서는 롯데그룹이 영도대교 복원 사업에 1100억 원,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1000억 원 상당을 기부한 전례가 있다. 2000억 원은 대기업도 부담스러운 규모인 만큼, 정 회장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야구장 건립이 실제 추진되면, 2000억 원 상당의 현금 지원 또는 무상 공사 등 어떤 방식이든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구체적인 방식을 지금 정할 수 없지만, 야구장 건립에 가장 도움이 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중요한 건 북항 야구장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회장의 기부로 2000억 원을 확보하더라도, 야구장 건립을 위해선 여전히 상당한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북항 랜드마크 부지의 땅값은 6000억 원이 넘는다. 사직구장 재건축 비용 3000여 억 원을 온전히 가져와도 부지 매입이 쉽지 않다. 부산시가 랜드마크 부지에 4조 원대의 국외 자본을 유치해 ‘영상문화 콤플렉스’를 추진하는 별도의 계획도 세웠지만 자금 조달 방안도 수립해야 하고, 관련 기관의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2000억 원 기부 약속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사업 검토를 시작하면, 현실화 방안을 빠르게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형 공연장을 비롯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야구장을 설계하고, 호텔·레저·문화 시설을 함께 개발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면 상당한 투자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구장을 동력으로 삼아 단지 전체를 개발하는 안은 이미 국외에선 여러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은 “북항은 부산의 심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북항은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 못하고 있다”며 “북항이 살아야 부산이 도약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야구장이 아니라 부산의 미래에 기부하는 거다”고 기부 약속의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