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2025-05-06 08:00:00
경남 거제시가 민자 사업으로 추진해 온 행정타운 부지 조성 공사(부산일보 2024년 5월 29일 자 11면 등 보도)에 지방재정을 투입하고 용지 일부를 민간에 분양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민간사업자 자금난과 난해한 사업 방식 탓에 10년째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골칫덩이로 전락한 프로젝트 정상화를 위한 고육책이다. 하지만 당장 사업자에게 물어 줘야 할 손실 보전금이 상당한 데다, 시의회 거부감도 만만찮아 현실화까진 진통이 예상된다.
5일 거제시에 따르면 행정타운 부지 조성 공사를 재정사업으로 전환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대로는 완공을 기약할 수 없는 만큼 시비를 투입해서라도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공정률은 57%에 불과하다. 남은 공정을 고려할 때 소요 예산은 100억 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이로 인한 재정 손실은 용지 일부를 민간에 매각해 충당하고, 처치 곤란인 사토는 부지 조성 면적을 넓혀 해소한다는 복안이다. 깎아낸 사토를 저지대 매립토로 활용한다는 뜻이다. 계획대로라면 공기를 4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
거제 행정타운은 각종 사건, 사고에 신속대응할 수 있는 행정 환경을 갖추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다. 옥포동 산 177의 3 일원에 공공시설 용지를 확보해 경찰서와 소방서를 입주시키는 게 핵심이다.
지난 2016년 세경건설 컨소시엄이 426억 원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첫 삽을 떴다. 당시에는 암석 판매를 통한 추가 수익이 기대되는 만큼 판매 이익금 중 100억 원을 추가로 정산한다는 조항까지 달았다.
그러나 건설 경기가 가라앉고 고현항 매립 등 핵심 연계 사업까지 지연되면서 골재 수요가 급감했다. 공정률 12%에서 공사가 중단된 상황에 세경 측이 이익금 정산을 차일피일 미루자 거제시는 협약을 파기하고 새 사업자를 찾아 나섰다. 3차 공모까지 가는 과정에 이익금 배분 조항을 없애고 공사비도 378억 9000만 원으로 낮춘 끝에 대륙산업개발 컨소시엄을 낙점했다.
이후 2020년 4월 공사를 재개해 순항하는 듯했지만, 공정이 진행될수록 돈이 되는 암석 대신 처리 비용이 더 드는 흙만 무더기로 나오면서 사업은 다시 제동이 걸렸다. 지금까지 골재로 사용할 수 있는 발파암은 애초 예상한 233만㎥보다 60만㎥나 적은 170만㎥ 정도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처치 곤란한 토사 발생량은 예상치(17만㎥)의 4배가 넘는 73만㎥를 넘었다.
참다못한 사업자 측은 공사를 중단하고 거제시에 130억 원 상당의 손실 보전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거제시는 ‘협약서에 손실분 보전 조항이 없다’며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요청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대한상사중재원은 거제시가 사업자에게 55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놨다. 이후 거제시의 재조정 요구를 중재원이 최근 기각하면서 배상이 확정됐다.
중재원 판정은 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며 불복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 중재합의가 무효인 경우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법원에 중재 판정 취소 소송을 할 수 있을 뿐 정식 재판을 청구할 수는 없다. 거제시는 추경 등을 통해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보전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손실금 분쟁은 어렵사리 일단락됐지만, 정작 행정타운은 무늬만 남을 공산이 커졌다. 행정타운 전체 면적(9만 6994㎡) 중 공공청사 용지는 절반에 가까운 4만 1345㎡다. 이 중 3분의 2가 넘는 2만 8738㎡가 경찰고하 소방 몫이었다.
두 기관 모두 현 청사가 공공청사 신축 기준인 내구연한 30년을 훌쩍 넘겼다. 경찰서는 1986년, 소방서는 1990년 지금 자리에 섰다. 비만 오면 빗물이 새고 지하에는 곰팡이가 필 정도로 낡은 데다, 늘어난 인원에 비해 업무 공간은 턱없이 부족해 컨테이너를 임시 사무실로 쓰고 있다. 특히 소방의 경우, 최신 장비도 수용할 공간이 없어 도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행정타운에 새 청사를 건립해 입주하기로 했다. 현 청사와 맞바꾸는 방식이다. 이를 토대로 신축 이전에 필요한 정부 예산까지 모두 확보했다. 그런데 행정타운은 부지 조성부터 하세월 했다. 결국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경찰과 소방은 입주 포기를 선언, 대체지를 물색 중이다. 또 다른 입주 후보로 거론된 거제시교육지원청 역시 지금 자리에서 부지를 넓혀 확장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실상 공공기관 수요가 없는 실정이지만 시의회는 민간 분양에 부정적이다. 사업 본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거제시는 차선책을 고민하고 있다. 2030년 이후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전국체전 대비 체육시설이 그중 하나다. 거제시 관계자는 “민간 분양은 재정적 측면에서 고려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필요시 검토한 뒤 실제로 해야 한다면 의회와 충분히 교감한 뒤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