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5-05-06 18:40:42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당의 김문수 대선후보에게 한덕수 예비 후보와의 단일화를 압박하자 김 후보가 당 주도의 일방적 단일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공식 일정을 전격 중단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는 11일까지 후보 단일화 실패 시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당무 우선권을 가진 대선후보와 지도부 간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한 것이다. 보수 진영 내부에선 단일화가 실패하거나 갈등 속에 이뤄질 경우 본선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김 후보는 6일 오후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후보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에 올라가 여러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그는 1박 2일 일정으로 대구·경북(TK) 지역과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김 후보는 “저는 국민의힘 후보로서 대선 승리를 위한 비전을 알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단일화에 대한 일관된 의지도 분명하게 보여드렸고 지금도 단일화에 대해 한결같은 마음”이라며 “하지만 당이 대선후보에 대한 지원을 계속 거부하고 있고 기습적으로 전국위와 전당대회도 소집했다. 이것은 당 지도부가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저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대선후보까지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다”며 “이럴 거면 경선을 왜 세 차례나 했나. 그래서 저는 후보로서 일정을 지금 시점부터 중단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당 지도부를 향해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으면서도, 실제로는 후보를 배제한 채 당을 일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만나 선거대책본부 구성, 당직자 임명, 단일화 추진기구 설치 등을 요청했지만 지도부가 이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8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10~11일 사이 전당대회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김 후보 캠프 김재원 비서실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전당대회는 김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한 수순일 수 있다”며 “부칙 개정을 통해 선출된 후보도 비대위 결정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단일화 시점을 11일 전당대회 이전으로 못 박고, 김 후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권 비대위원장은 “김 후보가 약속한 단일화를 지키지 않으면 당원과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11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한덕수 예비 후보도 “단일화 실패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압박에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