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외로움이 늙게 하는 이유

김미경 해운대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동남권항노화의학회 사무총장

2025-05-05 18:25:36

통계청 보고에 따르면 전체 65세 이상의 노인인구 중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16.0%에서 2024년 22.1%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혼자 사는 고령자의 사회적 관계망 조사에서 34.8%는 몸이 아파도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고, 32.5%에서는 대화 상대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우리 몸과 뇌 전체에 큰 영향을 주는 생리적 스트레스이다. 실제로 외로움이 심장질환, 치매, 우울증 및 각종 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미국심장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심장마비 또는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29%, 뇌졸중 위험을 32%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과 연관성이 있다. 우리가 외로움을 느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많이 분비되는데, 만성적으로 높게 유지되면 혈압을 올리고, 복부 비만을 유도하며, 기억력에 관여하는 해마를 손상시킨다. 결국 외로움이 우리 몸을 노화의 가속 장치에 올려놓는 것과 같다.

그러나, 우리 뇌에서는 그 반대의 역할을 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도 나온다. 이 호르몬은 출산 시 자궁수축과 분만 후 수유를 돕는 것이 주된 역할이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유대관계를 만들고 사랑에 빠지도록 하며 신뢰에 관계하는 호르몬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른바 ‘사랑의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옥시토신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불안을 완화하며,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엄마가 아기를 안아줄 때, 아기나 엄마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조차도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게 이것 때문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옥시토신이 항염증 작용과 산화 스트레스 저해 작용을 하여 세포 수준에서도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인위적으로 옥시토신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있을까? 분만 유도시에 쓰이는 약제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사랑의 호르몬’을 약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대신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증가시키는 좋은 방법들이 있다. 친구와 같이 식사하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우정 어린 악수와 포옹 등 다른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는 이 호르몬을 증가시킨다. 하버드 대학에서 발표된 장기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하고 오래 사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좋은 인간관계’ 였다. 가족이든 친구든, 사랑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의 다정한 연결에서 증가하는 이 옥시토신이 복잡한 건강 정보를 뛰어넘는 강력한 노화 억제제였던 것이다.

오늘 당장 가까운 누군가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 보자. 그리운 사람을 찾아보고, 소원해진 사람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 보자. 혼자가 아닐 때, 사랑하는 다정한 사람들과 늘 연결되어 있을 때 노화의 브레이크를 제대로 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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