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노조 활동 저해 안돼”… ‘노란봉투법’ 임박 속 유화 제스처

직책자에 “노조 불이익 안돼” 공식 서한 
작년 ‘노조 탈퇴 종용’ 논란 속 고소·고발
파업 위기까지…1년 만에 달라진 분위기
이재명 정부, 노조 우호적 분위기도 영향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2025-07-07 15:00:09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4고로(용광로)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4고로(용광로)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코가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 진행 중에 노조원을 향한 불이익을 금지한다는 공식 서한을 사내 직책자들에게 발송했다. ‘노조 탈퇴 종용’ 논란 속에 파업 위기까지 겪은 지 1년도 안 돼 노조에 유화적인 태도로 선회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가 임박하는 등 노조 친화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포스코의 행보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신경철 경영지원본부장은 최근 직책보임자들에게 보낸 당부 서한에서 “회사는 노동조합을 직원의 행복과 회사 성장이라는 공동 목표를 가진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직책보임자를 포함한 직원들의 자유로운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해야 하며 이를 저해하는 경우에는 관련 법에 따라 조치될 수 있음을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 가입 여부가 직책 보임이나 평가 등과 연계돼 직원들의 불이익을 받았다는 오해를 초래할 수 있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번 서한은 지난해 최악으로 치달았던 노사갈등의 재발을 막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한국노총 포스코 노조는 지난해 4월 “회사 측이 조직적으로 조합원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약 45일간 조합원 2300명이 탈퇴하며 1만 명이던 조합원 수가 8000명대로 떨어지자 강력대응에 나선 것이다.

노조는 임단협에서도 조합원 탈퇴 종용을 지렛대 삼아 사측을 압박했다. 직책자들이 노조원들의 상경 투쟁과 노조 배지·스티커 부착을 제지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노조는 항의의 뜻으로 교섭을 취소했고 포스코는 사상 최초로 파업 문턱까지 갔다.

임단협이 가결되고 나서도 김성호 위원장은 “노조의 존립을 위협했던 부당노동행위 관리자에 대한 고소, 고발은 멈추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의 이번 공식 서한은 노조에 우호적인 이재명 정부의 기조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범여권은 전임 정부에서 거부권이 행사돼 폐기됐던 노란봉투법을 이전보다 강화해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강력한 노란봉투법에 숨죽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군다나 포스코는 정권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노조의 권한은 세지는 대신 사측의 방어권이 약해지는 만큼 포스코가 정부와 노조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서한 발송이 정부를 의식한 것이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며 “노조 창립 37주년을 맞이해 보낸 서한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 5월 임단협 상견례 이후 현재까지 총 12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올해 노조 요구안은 △임금 베이스업 7.7% 인상 △K노사문화 발전기금 150억 원 △철강 경쟁력 강화 공헌금 300% △우리 사주 1+1 정례화 △자사주 15주 지급 △정년 연장 △의료비 지원 제도 신설 등이다.

최근 교섭에서 노조는 포스코가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던 행사에서 장인화 회장이 단독으로 기념 촬영을 한 점을 지적하며 “그 명예가 누구의 땀 위에 세워졌는지를 생각해 보면 함께 했어야 할 자리에 ‘함께’가 빠졌다는 아쉬움이 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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