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해수부 장관 "북극항로 내년 시범 운항… 전담 조직 연내 신설"

“북극항로 거점항만 부산, 상하이와 경쟁할 것”… '쇄빙선 장관' 되겠다”
'북극성 프로젝트' 해수부 이전 공약 설계해 이 대통령에게 건의
"HMM 덩치 커져 매각 쉽지 않아… 억지로 팔면 기업 가치 훼손"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2025-08-07 08:08:20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포스트타워마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포스트타워마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북극항로 시대가 열릴 때를 대비해 전담조직을 꾸려 내년부터 시범운항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지난 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내년에 북극항로에서 시범운항을 한다"면서 "정부 내 북극항로 업무 전담조직을 연내 신설해 관련 부처와 함께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장관은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의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을 설계했다면서, 업계와 학계 인사들과 함께 '북극성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해수부 이전과 북극항로 공약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뒷얘기도 처음 공개했다.

북극항로는 기후변화로 북극의 해빙(海氷) 면적이 축소되면서 새롭게 열리는 항로다.

해수부는 2010년대에 국적 해운사가 얼음 바다인 북극항로를 뚫고 화물을 수송하는 시범운항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범운항은 2013년 현대글로비스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5차례만 이뤄지고 중단됐다. 내년에 시범운항에 나서면 10년 만에 북극항로에 다시 도전하는 셈이다.

전 장관은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대해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면서 선사들에 예산 등의 지원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장관은 주요 국가는 이미 북극항로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쇄빙선 15척 구매를 발표했고 러시아는 2035년까지 39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미 작년까지 북극항로를 35번 다녔는데 '일대일로' 정책에 '빙상 실크로드'까지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북극항로 시대의 기회를 놓치지 않게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면서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포스트타워마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포스트타워마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장관은 2027년 또는 2030년을 북극항로 연중 운항이 가능하다고 본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확실한 것은 '열린다'는 것이다. 인류가 예측하는 것보다는 더 빠를 듯하다"고 말했다.

전 장관은 북극항로 시대에 우리나라와 경쟁할 상대로 중국을 꼽으면서 북극항로의 거점 항만이 될 부산은 중국 거점항만 상하이와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때문에 국제 역학 관계상 부산이 상하이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 장관은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해 마중물 역할을 하고 부산을 거점으로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해야 한다면서 "북극의 얼음을 깨고 나기는 '쇄빙선 장관', '북극항로 전도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수·광양에서 시작해 부산·울산·경남을 거쳐 포항 영일만까지 이어지는 북극항로 경제권역이 생길 것"이라면서 "경제 규모는 수도권과 대등한 수준이 될 텐데 5년 뒤부터 효과는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세대 쇄빙연구선 조감도. 해양수산부는 극지연구소와 한화오션이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7월 29일 밝혔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2030년 북극해 전역에 투입될 예정이다. 해수부 제공 차세대 쇄빙연구선 조감도. 해양수산부는 극지연구소와 한화오션이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7월 29일 밝혔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2030년 북극해 전역에 투입될 예정이다. 해수부 제공

전 장관은 해수부의 연말 이전과 함께 해사법원과 동남권투자공사를 부산에 설립하는 작업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으로 할거냐 공사로 할거냐 논란이 있지만 은행은 규제도 많고, 최대한 속도를 내려면 공사로 가는 게 맞다"라면서 "금융위원회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장관은 해수부 외에 해수부 관련 기관 여러 곳도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관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구성원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이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장관은 국내 유일의 원양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외에 다른 여러 해운사 본사의 부산 이전도 필요하다면서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다 모아서 주면 선사들이 항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부산으로 갈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해수부가 벌크 선사인 SK해운, 에이치라인해운, 팬오션 등의 부산 이전을 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HMM 매각 작업은 당분간 시도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전 장관은 “2023년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 매각을 추진했을 때보다 상황이 어려워졌다”면서 "지불 능력이 있는 인수 기업이 나타나기 쉽지 않다. (2023년보다) HMM 덩치가 커져서 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MM을) 억지로 매각하려고 하면 오히려 기업 가치가 훼손되는 결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 "국가 동원 경제체제에서는 정부가 관여하면 비효율성이 너무 심해 민간에 맡기는 게 경쟁력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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