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인재 육성 못하면 '해양수도 부산'은 한낱 꿈 [부산, 대한민국 해양수도]

7. 교육 인프라

해양대·부경대 자율 노력엔 한계
안정적 교육·연구 기반 위해선
정책·재정적 지원 뒷받침 필수
시·정치권·정부 함께 힘 모아야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2025-09-15 21:00:00

해양·수산 특화 인재 양성 대학교인 부산 영도구 국립한국해양대학교(위)와 국립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 전경. 부산일보DB 해양·수산 특화 인재 양성 대학교인 부산 영도구 국립한국해양대학교(위)와 국립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이 진정한 대한민국 해양수도로 도약하려면 교육 인프라 확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해양수산부와 산하 기관, 민간 기업이 이전하더라도 해양·수산 전문 인재를 직접 길러내야 산업 현장의 수요를 충족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이들이 지역에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와 교육부의 제도적 뒷받침도 절실하다.

■‘해양 인재 허브’ 앞장서는 대학들

해양·수산 특화 인재 양성의 중심에는 대학이 있다. 부산은 국내 두 곳뿐인 해양 특성화 대학 가운데 하나인 국립한국해양대학교와, 부산수산대학교를 모태로 한 국립부경대학교라는 든든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한국해양대는 올해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사업 본지정에 성공할 경우, 전남 목포에 있는 국립목포해양대학교와 통합해 전국 유일의 해양 특성화 대학으로 거듭난다. 교육부는 지난 5월 한국해양대를 예비 지정 대학으로 선정했으며, 지난달 말 최종 대면 심사를 마쳤다. 이달 안에 본지정 대학이 발표되는데, 선정 대학은 5년간 최대 1000억 원을 지원받는다.

해양수산부와 산하기관, HMM(옛 현대상선) 같은 민간 기업이 부산에 모여들면 통합 해양대는 정책과 산업을 연결하는 교육·연구 거점으로 한층 더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경대도 지자체와 타 대학과의 협력을 넓히며 해양수산 인재 양성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부산시와 함께 추진하는 ‘부산형 과학기술원대학원(BAIST)’ 구상은 해양수산 분야의 고급 연구 인력을 길러내는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부경대는 지난 15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부산테크노파크, 울산테크노파크와 ‘해양수산AI융합 공동연구센터’ 설립 협약을 맺었다. 용당2관 2층에 전용 공간을 마련했으며,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앞두고 산학협력의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해양수산 분야 전문 인력 양성과 연구를 확대하고, 지역 대학과 기관 간 협력도 꾸준히 강화할 방침이다.

■고교-대학-기업 연계 모델 구축

해양 인재 양성은 대학만의 과제가 아니다. 고교 단계부터 해양 분야에 관심과 소질을 지닌 학생을 조기에 발굴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대학 연계 프로그램으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이어 기업 현장이나 정부 기관에서 인턴십과 실습, 취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아야 비로소 지역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부산은 이미 해양수산 분야에서 연구 시설 기반이 갖춰져 있다. 영도 일대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국립해양박물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14개 이상의 해양·수산 기관이 밀집해 있다. 여기에 해양수산부와 민간 기업의 이전까지 현실화되면 부산은 연구·행정·산업이 삼각 축을 이루게 되고, 교육 인프라까지 뒷받침될 경우 진정한 해양 클러스터로 도약할 전망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학들도 고교 단계부터 인재를 끌어오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해양대는 지난달 25일 목포해양대와 함께 전국 8개 수·해양계 특성화고와 협약을 맺고, 해양 특화 교육 과정 공동 개발, 실습선 활용, 고용 연계형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들어갔다. 경남해양과학고, 부산해사고, 한국해양마이스터고 등이 참여해 학생들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기업과의 협력도 활발하다. 부경대는 최근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한 친환경 스마트 새우 양식 기업인 에이디수산과 지난달 12일 협약을 맺고 양식 기술 개발과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이 기업은 국내 최초로 스마트 아쿠아팜 플랜트를 수출한 곳으로,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에 선정됐다. 부경대는 양식시스템연구실,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 빅데이터센터를 활용해 산학연계형 현장실습과 인턴십을 운영하고, 정부 R&D 과제도 함께 수행할 계획이다.

■“국회·교육부·지자체 뒷받침 절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회와 교육부의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학의 자율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해양 분야 특화 교육과 연구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도록 제도 개선과 재정 투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양수산 정책과 산업을 연결하는 연구센터, 융합대학원, 산학협력단 등은 막대한 초기 비용과 운영 예산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국회가 관련 입법으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교육부가 사업비를 지속 투입하는 등 지원이 있어야 대학이 지역 해양산업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부산시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기업 유치를 통해 지역 일자리를 늘리고,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주거·문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양 관련 기업과 연구 기관이 부산에 집적되더라도 인재가 서울 등 외부로 빠져나가면 ‘해양수도’ 구상은 반쪽에 그칠 수밖에 없다.

박인호 부산항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부산이 진정한 국가 해양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지역 사회와의 연계가 핵심”이라며 “대학이 인재를 공급하고, 정책과 기술을 개발해 지역에 환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와 지자체, 교육부가 힘을 모아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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