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2026-10-09 11:13:03
양진혁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관련 합동 현장조사 TF 최종 조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이전에 수거했던 수지 반보병지뢰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유엔(UN)에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을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하고 공식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북한 측은 ‘불순한 방해적 행동’이라며 한국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지훈 주유엔 대사는 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 안보) 일반 토의 연설에서 DMZ 지뢰 폭발 사건을 두고 “한국 정전협정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이 이러한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고, 공개 사과와 함께 책임 있는 조치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차 대사는 “지난 9월 21일 DMZ 내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3명의 군인이 부상했다”며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지원하고 법과학적 분석을 거친 합동 조사 결과, 해당 폭발은 군사분계선(MDL) 남측에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매설한 지뢰에 의해 발생한 것임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북한 측은 답변권을 얻어 대응에 나섰다. 북한 측 대표는 “한국(ROK)이 언급한 이른바 ‘지뢰 폭발 사건’은 정당한 주권 행사인 남측 접경지 요새화 조치를 군사적 침략으로 규정하려는 불순한 방해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자신들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려는 군부의 ‘서투른 술책(poor trick)’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북한 측은 한국 주장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남쪽 접경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더 단호하고 과감하게 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름을 언급하며 한국 당국자도 지뢰 폭발이 북한의 고의적 공격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북한 지뢰 폭발을 ‘아직 공격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발언한 적 있다.
한국 측은 다시 답변권을 얻어 반박에 나섰고, 북한도 재반박을 이어갔다. 안지인 주유엔 대표부 참사관은 한국군과 유엔군사령부 합동 조사, 법과학적 분석을 통해 북한이 의도적으로 매설한 지뢰가 폭발 원인이라고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북한 측은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영토 내 군사 주권 행사 문제를 한국과 논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이 아닌 철저한 힘의 행사를 통해 영토 주권을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 대사는 연설에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 북한과 러시아 군사 협력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한반도와 국제사회 평화·안보는 물론 전세 계 비확산 체제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러 군사 협력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 대표는 프랑스, 캐나다, 덴마크 등 다른 국가들 핵·미사일 프로그램 비판에도 반발하며 핵무기 보유는 미국 핵 위협으로부터 주권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