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2026-10-16 16:25:37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6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47주년 기념식에서 주제공연을 본 후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처음으로 참석해 ‘민주주의 이정표’인 부마민주항쟁을 헌법 전문에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직 대통령이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건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7년 만이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16일 오후 2시 부산시청에서 열린 제47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다시 시월, 꺼지지 않는 불꽃’에 참석했다. 부마민주항쟁과 민주화운동 기념 단체 인사들과 시민 등 650여 명이 함께했다.
부마민주항쟁은 1979년 유신독재에 맞서 부산·마산 학생과 시민들이 전개한 대규모 민주화운동이다.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항쟁이 처음 시작된 10월 16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가 개헌을 통해 부마민주항쟁을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부마민주항쟁은 대한민국 역사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자, 우리 민주주의의 위대한 이정표”라며 “그 숭고한 정신을 역사와 우리 가슴에 깊이 새기고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누리고 지키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부마민주항쟁과 광주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담아내는 일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우리 국민의 피어린 역사를 잊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개헌을 위한 국민 의견 수렴과 합리적 토론에 국회가 조속히 나서주길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5.18 정신과 부마민주항쟁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자고 한 것은 여야 없이 모두 때만 되면 하던 이구동성 아니었냐”며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할 때”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4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던 중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연합뉴스
부마민주항쟁 정신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부터 2024년 12·3 ‘빛의 혁명’까지 이어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부산대 교정에서 시작된 유신 철폐, 독재 타도의 외침은 함께 어깨를 건 시민들의 연대와 함께 더욱 크게 울려 퍼지고, 널리 퍼져 나갔다”며 “평범한 시민들은 경찰에 쫓기는 학생들을 숨겨주고, 시위대에게 빵과 김밥을 건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탱크와 총칼로 시민들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지만, 오히려 함성은 부산을 넘어 마산까지 들불처럼 번져갔다”며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았던 47년 전 그날의 외침은 마침내 유신독재라는 거대한 벽에 작은 균열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이어 “부마민주항쟁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단단한 주춧돌이 됐던 것”이라며 “부마의 함성과 정신은 (19)80년 5월 광주로, 다시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그리고 촛불혁명과 12·3 빛의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 막바지에 목이 멘 듯한 모습을 보였고, 울먹이며 낭독을 마쳤다. 이 대통령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바친 그 많은 분들의 숭고한 뜻을 깊이 새기면서 다시 한번 부마민주항쟁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고 말한 뒤 고개 숙여 인사했다.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찾은 건 2019년 문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2020년과 2021년엔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각각 참석했고, 2022년~2024년 윤석열 정부에선 이상민·고기동 행정안전부 장·차관이 자리를 번갈아 지켰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당시 국무총리로서 기념식을 찾았다.
16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47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아침이슬을 부르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연합뉴스
이 대통령과 김 대표 등이 이번 기념식에 참석한 건 부마민주항쟁을 고리로 개헌 등에 동력을 얻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김 대표는 차기 총선에서 ‘낙동강 전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한 상태라 부산에서 본격적인 ‘민심 잡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기념식에는 전재수 부산시장, 강기윤 창원특례시장, 박일웅 경상남도 행정부지사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김 대표와 함께 박홍배·민홍철 등 부산·경남 민주당 의원들, 민주당 대표를 지냈던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등도 자리를 지켰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도 기념식에 참석했다.
김형기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및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 위원장, 박상도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장, 정광민 10·16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명예이사장인 송기인 신부, 이창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 이동관 부마민주항쟁 기념재단 이사 등 부마민주항쟁 관련 단체 인사들도 함께했다.
이날 기념식에선 곽영화 화백의 부마민주항쟁 그림일지 ‘시월’로 제작한 미디어아트도 선보였다. 부산 기반 극단인 ‘아이컨택’이 YH 사건, 부마민주항쟁 등을 주제로 뮤지컬 공연을 펼쳤다. 축하공연에 나선 밴드 ‘부활’과 아이컨택 배우들은 이 대통령 내외 등 관객들과 함께 ‘아침이슬’을 제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