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3년차 '겟차' 정유철 대표 人터뷰]
월급 '반토막'…만족감은 '1경 배 이상'
자동차 판매시장 '가격 투명화' 일조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 6월, 늦어도 7월이면 누적 거래액 1천억 원을 가뿐히 넘어설 것 같아요.(웃음)"
삼성전자의 심장부라 불리는 무선사업부에서 촉망받던 제품·UX 디자이너가 고액의 연봉을 마다하고 2015년 창업전선에 뛰어 들었다.
갤럭시S3, 갤럭시S4, 1세대 갤럭시탭3 등 시대를 풍미했던 스마트 기기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하지만 지금은 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자동차 O2O(Online to Offline)' 분야에 몸 담고 있다.
"창업 전과 비교하면 재정적인 면이나 시간적 측면 모두 절반 이하로 줄었어요. 그땐 성과급도 '빵빵'했거든요. 현재 내세울 게 있다면 망하지 않았다는 거랄까. 아, 또 있네요. 행복도와 몰입도, 만족도는 1조 배, 1경 배, 아니 그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 창립 2년 앞두고 부산지사 설립…오프라인 접점 확대
3년차 벤처기업 '겟차'의 정유철(36) 대표는 이른 바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삼성전자를 뒤로 하고 창업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5년 6월 첫 발을 뗀 겟차는 누구나 자동차를 최저가로 구입할 수 있다는 모토 아래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를 돕는 온라인 웹·모바일 서비스로 커왔다. 역경매 방식의 견적 검토를 거쳐 개별 소비자의 재무상황에 맞는 최저가를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①소비자들이 견적을 요청하면 ②겟차에 등록된 전국 700여명 딜러들의 차종별, 재무조건별 조건과 매칭 ③이 가운데 최적의 견적 조건을 선별 ④세부 상담 및 구매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시스템이다.
정 대표는 "자동차 가격은 딜러들이 자신에게 돌아올 판매 인센티브를 얼마나 포기하느냐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최저가를 노출시키는 게 매우 어렵다"면서 "특히 상대적으로 국산차보다 수입차 분야의 가격정보 비대칭이 커 우리 같은 견적비교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겟차에서 오프라인 딜러의 가격보다 1천800만 원 저렴한 가격에 계약을 성사시킨 사례가 있다"면서 "겟차에 등록돼 있는 전국 700여 명 딜러들의 조건별 차량 가격을 매일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전국 최저가 견적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겟차는 론칭 7개월 만에 누적 거래액 100억 원을 돌파한 데 이어 1년 2개월차에 500억 원, 1년 5개월차인 지난 4월에는 8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고속성장을 일궈냈다. 4월 기준 누적 견적 요청수만 25만여 건에 달하고, 일평균 1천800여 건의 견적 요청이 들어온다.
또 최근에는 서울 본사 외에 부산지역 1호 지사를 오픈하고 본격적인 전국구 서비스로의 첫 발을 내딪었다.
정 대표는 "지난 2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겟차를 통한 계약건의 약 40%가 경상권에서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고 부산 남부지사 오픈 배경을 전했다.
이어 "신차 구매는 평생에 몇 번 없는 대형 이벤트"라며 "집 다음으로 비싼 차량을 구입하는데 이를 모두 비대면으로 처리하기엔 서비스 측면에서 좋지 않고, 그렇다고 왔다 갔다하는 것도 비효율적"이라면서 "전국 모든 지역에서 겟차 서비스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차근차근 접점을 늘려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 대표는 부산지사를 오픈한 지 이제 갓 한 달이 지났지만 벌써부터 2호 지사 오픈을 고심중이다. 광주, 순천, 대구 등을 놓고 어느 곳이 고효율을 낼 수 있을지 따져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 정보·금융상품 결합…'가격 합리화+규모의 경제' 실현
정유철 대표에 따르면 겟차가 전국 최저 견적과 최고의 조건으로 신차 구매를 도울수 있는 이유는 바로 '딜러 회원'과 '금융 상품'에 있다.
딜러들이 제시하는 수십만 건에 달하는 차량별, 조건별 정보가 일 단위로 갱신, 그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구도가 형성된다.
여기에 금융권과 오토 금융 프로그램에 대한 제휴를 맺으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신차구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온라인을 통한 차량 구매 서비스에 대한 시장성을 확인한 금융권들이 뒤늦게 이 시장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겟차는 신한은행의 1호 법인제휴사가 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신한, 우리 등 대부분의 금융사 및 보험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면서 "과거 개인딜러들에게만 허용됐던 오토 금융프로그램이 기업으로 확장되면서 금리에 있어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해졌다. 겟차를 통해 차량을 구입하면 0.1% 가량의 우대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겟차의 진화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최근 업계 최초로 채팅상담 서비스를 내놓은 데 이어 이달 중에는 온라인을 통한 차량구입에 대한 고객들의 부담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오프라인에서 2대의 차량을 직접 타보고 승차감 등을 비교할 수 있는 '테스투 드라이브(TesTwo Drive)'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전시장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던 것은 물론 서로 다른 브랜드간의 차량시승도 겟차를 통해선 한 번에 해결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건상 시승하기가 어려웠던 고충을 직접 겪었고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이 이러한 문제 때문에 시승도 못해 보고 차를 사서 후회하는 경우를 봤다"고 운을 뗀 정 대표는 "이러한 부분 역시 신차 구매 파트너가 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지난 2월부터 진행한 베타테스트 기간 중 시승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약 30%가 차량을 구입하는 등 긍정적인 성과 지표를 얻었다"면서 "정식오픈 시엔 특정 기업과 제휴를 맺고, 해당 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좁고 날카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목표도 명확하다. 청사진에 그치고 마는 허황된 꿈과는 노선부터 다르다. '연내 누적 거래액 1천억 원 달성·국내 수입차 시장 비중 1%' 두 가지다.
이미 4월 기준 누적 거래액 800억 원을 기록한데다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말 기준으로 0.5% 이상을 넘어섰다.
정 대표는 "6~7월께에는 누적 거래액 1천억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본다"면서 "앞으로 3년간은 신규사업을 추가하기보다는 현재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의 고도화에만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보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오롯한 1%를 겟차를 통해 내는 것이 가까운 시일 내의 가장 큰 목표"라며 "2018년 말께에는 '테스투 드라이브'를 보다 확대, 멀티브랜드 차량의 시승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받을 수 있는 오프라인 전시장을 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류세나 기자 cream53@
<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