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주말] 놀런 감독 숨은 명작 ‘프레스티지’…‘수퍼플렉스’로 다시 본 ‘탑건2’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2023-09-08 15:44:53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대히트를 쳤습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총 8억 5298만 4000달러(약 1조 1255억 원)를 벌었습니다. 이로써 ‘오펜하이머’는 개봉 7주 만에 놀런 감독의 역대 3번째 흥행작이 됐습니다. 1위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10억 8000만 달러), 2위는 ‘다크 나이트’(10억 달러)가 지키고 있습니다.

‘오펜하이머’ 흥행을 계기로 놀런 감독의 전작들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인기인데, 그중에서도 2006년 국내 개봉한 ‘프레스티지’는 숨은 보석 같은 작품입니다. 이달을 끝으로 넷플릭스에서 서비스가 종료되는 ‘프레스티지’를 감상했습니다.

또 롯데시네마에서 적극 홍보하는 특별관인 ‘수퍼플렉스’도 체험해봤습니다. 아이맥스(IMAX)로 관람했던 ‘탑건; 매버릭’을 재개봉해 비교 분석해봤습니다.


영화 ‘프레스티지’와 ‘탑건: 매버릭’.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프레스티지’와 ‘탑건: 매버릭’.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출연진도 각본도 명품…왜 몰랐나 의아한 명작 ‘프레스티지’

‘프레스티지’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 중 국내 관객이 적은 편입니다. 2005년 개봉한 ‘배트맨 비긴즈’는 90만 관객을 모았는데, 이듬해 개봉한 ‘프레스티지’ 관객은 절반인 45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불과 2년 뒤 공개된 ‘다크 나이트’의 관객은 ‘프레스티지’의 10배에 가까운 422만 명입니다. 사실 기자도 여태껏 ‘프레스티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인지도는 낮지만, ‘프레스티지’ 관람평은 호평일색입니다. 마침 넷플릭스에서 ‘프레스티지’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 오는 30일 입니다.

영화는 1900년대 말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두 마술사입니다. 상류층 출신인 로버트 앤지어(휴 잭맨)와 고아로 자란 알프레드 보든(크리스찬 베일)은 관객의 눈길을 끄는 새로운 마술을 개발하는 데 열정을 쏟는 인물입니다.

영화 도입부는 강렬합니다. 앤지어가 관객으로 가득 찬 극장에서 순간이동 마술을 선보입니다. 눈 깜짝할 순간 무대 바닥이 꺼지고, 앤지어는 관객의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그러나 누군가 미리 갖다 놓은 듯, 앤지어가 떨어진 곳에는 물탱크가 있었습니다. 당황한 앤지어는 물탱크에 갇힌 채 발버둥치고, 그 모습을 보든(크리스찬 베일)이 보고 있습니다.

보든은 앤지어를 살해한 혐의로 교수형을 선고받습니다. 현장을 목격한 마술장비 책임자 커터(마이클 케인)의 진술이 주요했고, 보든이 순간이동 마술의 ‘원조’였던 탓에 범행동기도 충분해 보입니다. 그런데 보든이 감옥에 갇히자 아마추어 마술사라는 ‘콜드로 경’ 측에서 접근, 그의 순간이동 마술 비법을 전수받으려 합니다. 보든에게 돈이 통하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그의 딸을 보호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익사한 앤지어의 일기까지 건네줍니다.

보든은 감옥으로 돌아와 일기를 펼쳐봅니다. 이제 영화는 과거로 돌아가 원조 순간이동 마술사인 보든과, 그를 능가하려 모든 것을 걸었던 앤지어의 라이벌리(경쟁 관계)를 보여줍니다.


영화 ‘프레스티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프레스티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근대 마술사끼리 경쟁한 이야기는 언뜻 보기엔 크게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우 유 씨 미’ 시리즈처럼 화려한 마술쇼를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짜임새 있는 각본 위에서 명품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니, 일단 재생 버튼을 누르고 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됩니다. ‘프레스티지’의 러닝타임은 130분인데, 놀런 감독 작품 중에선 짧은 편입니다.

앤지어와 보든은 원래 선의의 경쟁자였습니다. 그러나 자물쇠로 잠긴 물탱크에서 탈출하는 ‘수중마술’ 도중에 여성 조수가 익사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숨진 조수는 앤지어의 아내였고, 둘은 원수지간이 됩니다.

각자의 길을 가게 된 두 사람은 계속 서로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됩니다. 앤지어는 쇼맨십이 강하지만, 천재성 있는 보든의 마술이 더욱 도전적이고 자극적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보든은 순간이동 마술을 개발해 일순간 ‘1인자’ 자리에 오릅니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앤지어도 자신만의 순간이동 마술을 개발했지만, 보든의 마술보단 못하다는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보든의 순간이동 비법을 알아내는데 혈안이 된 앤지어는 조수이자 애인인 올리비아(스칼렛 요한슨)에게 보든 밑으로 들어가 일하면서 정보를 캐내도록 합니다. 보든도 가만히 있지는 않습니다. 상대를 견제하는 온갖 술수와 계책이 난무합니다. 서로를 뛰어넘으려는 집착은 모두를 위험하게 합니다. 둘은 점점 선을 넘게 되고, 급기야 서로를 죽이려고 합니다.

라이벌 관계를 다룬 영화는 무수히 많지만 ‘프레스티지’는 그중에서도 꽤 높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우선 주연 배우인 휴 잭맨과 크리스찬 베일의 열연이 일품입니다. 상실감, 질투, 애증, 욕심, 광기 등 인간 본연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아무런 과장이나 모자람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애절한 대사들이 가슴에 와닿는 것은 배우들의 명품 연기 덕분입니다.


영화 ‘프레스티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프레스티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프레스티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프레스티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시선을 집중시키는 놀런의 연출도 돋보입니다. 앤지어의 일기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마치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특히 후반부 전개는 충격적입니다. 의미심장한 대사들이 복선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며 순간이동 마술의 진실도 점점 드러나는데, 쉽게 예상 못할 반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여러 복선이 있기 때문에 집중해서 감상한다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반전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이 아닙니다. 결말에서 전하고자 하는 인간 본성과 관련한 교훈이 핵심이고, 반전은 그 교훈을 설득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합니다.

놀런 감독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려 한 또 다른 핵심 포인트는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1856~1943)입니다. 니콜라 테슬라는 오스트리아 출신 물리학자이자 전기공학자입니다. 전기 에너지를 발견한 과학자이자 전기를 원격으로 보내는 기술의 발전에 기여한 천재입니다. 무선통신기술과 라디오, 레이더 등을 최초로 발명했습니다. 특히 간단한 장치로 수십만 볼트의 전압을 만들 수 있는 ‘테슬라 코일’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한데, 일각에서는 테슬라 코일을 이용하면 물체에 자기장을 걸어 순간이동 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극중에도 앤지어와 보든이 테슬라에게 순간이동 기계를 제작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나 대사가 여러 차례 나옵니다. 배우 데이비드 보위가 연기한 영화 속 테슬라는 실제 인물의 모습과 똑 닮았습니다.

영화엔 토머스 에디슨도 등장합니다. 에디슨은 테슬라를 사사건건 방해하는데, 실제로 테슬라는 생전에 에디슨의 비난과 음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전기공학을 두고 라이벌리를 형성한 테슬라와 에디슨은 최고의 마술사 자리를 두고 경쟁한 앤지어-보든의 관계와 닮았습니다. 놀런 감독이 ‘인셉션’을 시작으로 과학 소재 영화를 쏟아낸 걸 보면, 사실 ‘프레스티지’라는 작품도 테슬라라는 비운의 천재 과학자를 기리기 위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롯데시네마 ‘수퍼플렉스’ 이벤트 내용. 롯데시네마 홈페이지 캡처 롯데시네마 ‘수퍼플렉스’ 이벤트 내용. 롯데시네마 홈페이지 캡처

‘수퍼플렉스’로 다시 만난 ‘탑건’…‘아이맥스’와 비교하면?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줄었다지만, ‘특별관’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 30일 CJ CGV 발표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이맥스(IMAX), 4DX, 스크린X 등 특별관 티켓 매출액은 전체 티켓 매출액에서 21.0%를 차지했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2.1%에서 2021년 16.2%, 2022년 19.6%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부산 시민으로서 아쉬운 점은 대표적 특별관인 IMAX 관이 태부족하다는 점입니다. 340만 인구의 광역시에서 유일한 IMAX관이 CGV서면점에 있습니다. ‘탑건’, ‘오펜하이머’ 등 인기작은 좋은 자리를 예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평소 기자는 CGV를 애용하지만 롯데시네마로 눈을 돌려 봤습니다. 롯데시네마에도 여러 특별관이 있는데, ‘수퍼플렉스’가 눈에 띕니다.

롯데시네마에 따르면 수퍼플렉스관 스크린은 일반 영화관의 약 3배 크기이고, 국내 최초로 6P 레이저 영사기를 도입했습니다. 기존 영사기 2배의 광원으로 48프레임, 2800:1 명암비의 더욱 부드럽고 선명한 화면과 160% 이상의 밝기를 실현한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전 좌석에 360도 3D 입체 사운드를 전달하는 ‘돌비 애트모스’ 음향기술도 적용됐습니다. 전국에 11개 관이 있고, 부산은 롯데광복점에서 수퍼플렉스 포맷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마침 롯데시네마는 지난 7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수퍼플렉스 수퍼위크’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롯데 월드타워의 수퍼플렉스관이 지난달 25일 국내 영화관 최초로 세계 3대 국제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로 꼽히는 ‘IDEA’에서 본상을 수상한 것을 기념하는 행사입니다. 수퍼플렉스관 예매 가격은 일반관과 거의 동일한데, 이벤트 기간 특별 상영하는 영화는 1만 원에 관람할 수 있습니다. 7일부터 12일까지는 ‘탑건: 매버릭’(2022)을, 오는 13일부터 19일에는 ‘레미제라블’(2012)을 상영합니다. 기자는 아이맥스로 관람했던 ‘탑건: 매버릭’(이하 탑건2)을 보고 왔습니다.


영화 ‘탑건: 매버릭’.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탑건: 매버릭’.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탑건2는 영화관에서 보기 좋은 영화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전투기를 직접 타고 있는 듯 현장감 넘치는 비행 장면과 화려한 공중 액션은 큰 화면으로 봐야 제맛입니다. 고출력 스피커에서 쏘아주는 엔진 소리는 심장을 뜨겁게 합니다.

수퍼플렉스관은 이러한 영화관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특별관입니다. 화질과 음질이 일반관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체감이 될 정도였습니다.

우선 화질을 놓고 보면, 밝기와 선명도가 압도적이었습니다. 화면이 다소 어둡다는 평가를 받는 CGV 서면점의 아이맥스보다 훌륭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화면이 밝고 선명하니 영화가 훨씬 생동감 있었고, 배우들의 표정이 잘 보여 몰입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톰 크루즈의 주름이 유독 잘 보여 “‘톰 형’도 나이가 들긴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아이맥스로 봤던 첫 번째 관람 때는 포착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앞으로 영상미가 좋은 영화를 보려면 수퍼플렉스관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운드 역시 돌비 애트모스 기술이 적용된 만큼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일반관과 비교했을 때는 해상도와 공간감에서 압도적입니다. 돌비 측 설명에 따르면 돌비 애트모스 극장에서는 총 64개의 스피커가 독립적으로 작동합니다. 고출력 6채널 스피커를 갖춘 CGV서면점 아이맥스관의 음질도 좋았지만, 더 많은 채널을 동원할 수 있는 돌비 시스템을 갖춘 수퍼플렉스가 현장감과 입체감은 더 뛰어났습니다.

부산 내 CGV의 경우 삼정타워점에 돌비 애트모스관이 있습니다. 기자는 ‘모가디슈’(2021), ‘앰뷸런스’(2022) 등 몇몇 영화를 이곳에서 관람한 적이 있는데, 수퍼플렉스와 마찬가지로 음질이 훌륭했습니다. 물론 화면의 밝기와 크기에서는 수퍼플렉스관이 앞섭니다.

아쉬운 점은 역시 화면비입니다. 수퍼플렉스관은 일반관과 마찬가지로 시네마스코프 비율(2.39:1) 스크린을 사용해 아이맥스 비율(1.43:1 혹은 1.9:1)로는 감상할 수 없습니다. 꽉 찬 화면을 자랑하는 아이맥스관을 대체하는 데에는 한계가 뚜렷한 겁니다.

수퍼플렉스는 여러모로 CGV센텀의 ‘스타리움’관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타리움관도 시네마스코프 비율의 초거대 스크린과 16채널 음향 시스템을 갖춘 특별관입니다. 수퍼플렉스 포맷은 일반 2D에 비해 1000원, 스타리움은 2000원 비쌉니다. 가격과 음질, 화질에서 경쟁력이 확실해 기자는 앞으로도 수퍼플렉스를 애용할 생각입니다.

사족이지만 ‘탑건2’는 역시 재밌었습니다. 재관람인데도 졸리거나 지루하기는커녕 처음 본 것처럼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영화관에서 이 작품을 보지 못한 관객이라면 이번 기회에 관람할 것을 적극 추천하고, 이미 본 관객이라도 영화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껴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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