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쪼개는 ‘조각 투자’… 송아지부터 엔진까지 산다

소액으로 고가 상품 지분 취득 방식
엘시티 5000원 단위 투자 눈길 끌어
2030년 1경대 성장 전망 나오기도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올해 말 출범
22대 국회에서 거래 관련법 통과될 듯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2024-06-30 18:07:45

‘내 집 마련은 어렵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조각 투자’로 엘시티 주택 주인이 될 수 있다.’

부동산과 한우 등 이색적인 투자상품과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금융권이 앞다퉈 토큰증권(ST) 진출에 나서고 있다. 다만 시장의 본격 개화를 위해선 법제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자산을 기반으로 조각 투자가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카사코리아, 열매컴퍼니, 뮤직카우, 뱅카우 등 국내 조각 투자 플랫폼 기업은 부동산, 미술품, 한우, 음악 등 독특한 투자 상품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 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은 갤럭시아머니트리의 ‘항공기 엔진’도 조각 투자 상품 대열에 합류했다.

조각 투자는 고가의 부동산이나 미술품 등 유·무형의 자산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쪼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거래하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개념이다. 투자한 건물의 가치가 올라 매각할 경우, 시세 차익을 얻는 식이다. 특히 기존의 부동산 투자와 달리 투자금을 장기간 묶일 우려가 없기에 신속한 회수도 가능하다.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펀블은 2022년 부산시 해운대 엘시티를 상품으로 출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해운대 엘시티의 최근 매매가는 최대 80억 원이다. 하지만 최소 단위인 ‘1 디지털 수익증권’(DAS) 단위로 세대주가 될 수 있다. 1 DAS는 5000원으로, 100 DABS를 매수한다면 50만 원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투자 방법으로 펀블은 지난해 4월 첫 공모 상품인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1호를 68억 4000만 원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공모가액은 64억 8000만 원으로, 연 환산 누적 수익률은 10.59%에 달한다.

조각 투자는 기존 금융권 계좌에서 쉽게 거래할 수 있다. 펀블 회원이라면 키움증권의 ‘영웅부동산’을 통해 주식과 조각 투자를 동시에 참여할 수 있다. 즉 증권사 계좌만 있다면 쉽게 조각 투자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다.

키움증권을 비롯해 9개의 증권사가 16개의 조각 투자 플랫폼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3월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카사를 인수해 167억 원 규모의 압구정 커머스 빌딩 공모를 성공하기도 했다.

제도권 금융사들이 조각 투자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업을 진행 중인 배경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롤랜드버거에 따르면 2022년 3000억 달러(한화 약 415조 원) 수준이었던 글로벌 ST 시장 규모는 2030년 10조 9000억 달러(약 1경 5063조 원)로 35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ST 시장의 시가총액을 2024년 GDP 대비 1.5% 수준인 34조 원에서 2030년 GDP 14.5%를 차지하는 367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권 외에도 연내 출범을 계획 중인 100% 민간 자본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도 STO(토큰증권발행) 시장 진출을 위해 해외 거래소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일본 오사카디지털거래소(ODX)와 양사 대표 간 간담회를 진행했고, 이달에는 말레이시아 디지털자산거래소 그린엑스(GreenX)와 양 거래소의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업계의 발빠른 준비와 달리 실물자산 거래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법제화 관문을 넘어서야한다. 국회에서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 관련 법안은 지난해 7월 국민의힘 윤창현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후 통과되지 못하고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총선 당시 STO 법제화는 여야가 공통 공약으로 내걸었던만큼 법안 통과는 시간 문제일 것이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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