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신춘문예-시 당선 소감] 이제 시인으로 마음껏 울겠습니다

이희수

2024-12-31 17:26:41

이희수 이희수

만남과 이별을 끊임없이 반복하지만 만남도 이별도 늘 낯설고 어렵기만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이의 만남과 이별. 저의 시 쓰기는 제대로 잘 이별하기 위한 연습일지도 모릅니다.

교직에서 물러난 저에게 대학 동기인 소설가 강미가 모과 두 덩이를 건네며 ‘시 쓰시오’라고 했습니다.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데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한몫했습니다. ‘나의 광산에서 광석을 채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나이므로.’ 중앙대 문예창작전문가과정에 입문하여 일주일의 반은 서울에서 반은 진주에서 지냈습니다. 비록 한 학기밖에 다니지 못했지만 서울과 진주를 오가는 그 길이 저에게는 시 그 자체였습니다. 큰 가르침 주신 선생님들과 그리운 문우님들 감사합니다. 사십여 년 이어진 아버지에 대한 애도를 이제야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게 해 주신 심사위원분들과 부산일보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음껏 울어보라고 시인이라는 이름표를 달아주신 그 믿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쓰고 또 쓰겠습니다.

저는 심약하고 소심하여 사는 게 대체로 심심한 편이지만 시만큼은 다채롭고 담대하게 쓰고 싶습니다. 저의 꿈을 존중하고 지원해주는 남편, 내 인생의 보물 민창, 민수와 서영, 민석, 호정, 늘 믿고 아껴 주시는 아버님과 어머님, 걱정이 마를 날 없으신 어머니,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시누이 부부와 시동생 부부, 그리고 친애하는 동생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봄 햇살 같은 친구 다남과 저의 시의 광맥에 섞여 있을, 그토록 난해하고 오묘한 라캉을 오랜 기간 함께 읽어내고 있는 목요심심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읽고 쓰고 읽고 쓰고 무한 반복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조민 시인님, 권영란 시인님, 모영화 시인님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보석 같은 시를 캐는 시인이 되겠습니다. 그 보석이 위로와 공감을 불러올 수 있기를 감히 바라봅니다.

약력: 1967년 경남 진주시 출생. 경상국립대 국어교육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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