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둑년이다. ‘내가 훔친 것’은 이렇게 궁금증을 자아내며 시작한다. 글쓴이는 고등학교 시절 문예부에 꼭 들어가고 싶어 글 잘 쓰는 동생이 쓴 시를 제출한다. 비록 문예부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 글은 학교 문집에 실리게 된다. 이듬해 동생이 같은 학교에 입학해, 하필 문예부에 들어가 자기 글을 내어준 걸 많이 후회한다. 그 사실은 동생의 일기장을 살짝 보고 알게 되었으니, 역시 도둑년?
그 오래전 기억이 살림글쓰기를 시작하며 갑자기 떠올랐단다. 중년이 되어 앓듯이 힘들게 써 보니 글은 그냥 써지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지나온 경험과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것이었단다. 글은 삶 그 자체다. 뒤늦게 후회하면서 동생에게 “니는 괜찮나?”고 물으며 이 매력적인 글은 끝이 난다. <살림문학>은 2024년 5월부터 11월까지 진주문고에서 ‘살림글쓰기’라는 이름으로 나눈 글을 모아서 꾸렸다. ‘살림문학’은 저마다가 꾸리는 살림 안에 문학이 쟁여 있고, 문학은 살림과 어깨동무하면서 누구나 가꾸고 꾸릴 수 있다는 말로 확대된다.
참여한 분들의 면면이 궁금해진다. 따뜻한 밥을 손수 짓고 나누며 먹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기며 맛나게 사는 사람, 책과 더불어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길 즐기는 농사꾼, 살림꾼-일꾼을 오가며 늘 반려견과 동네 마실 누리기를 즐거이 여기는 분, 배우는 기쁨으로 내일을 펼치며 살아가는 분, 산청과 진주를 오가며 살림을 짓고, 글·그림·사람·나무로부터 배우는 분 등이다. 이 책을 엮은 김대성 씨는 “살림을 꾸리는 이라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글쓰기는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기보다 주변에 떨어진 무언가를 줍는 일에 가깝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강경주 외 12인 지음/김대성 기획/곳간/285쪽/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