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5-07-08 16:42:33
배우 이정재와 456번 초록색 체육복을 입은 ‘오징어 게임’ 속 성기훈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2021년 첫 시즌 공개 후 지난 4년 동안 주인공 성기훈으로 살았던 이정재는 지난달 말 마지막 이야기 공개 이후 기훈의 삶을 마무리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는 “나도 시즌2·3 대본을 보고 놀랐다”며 “그런 결말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시즌1에서 게임의 최종 우승자였던 기훈은 시즌2에서 살인 게임을 멈추려 반란을 일으킨다. 시즌3에서는 마지막 게임까지 살아남지만, 아기를 살리려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이정재는 “황 감독이 시즌을 계속 이어가면서 성공을 누리기보다 작품의 완결성을 위해 이런 선택을 하는 걸 보고 용기에 놀랐다”며 “황 감독은 작품성에 집중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장 안에서 자신의 양심과 싸우며 죽고 죽이는 캐릭터들을 보면서 ‘내가 만약 죽는다면 어떤 죽음을 선택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했다”며 “기훈은 양심에 거리낌 없이 살다 죽고 싶어서 (아기를 살리는) 결정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시즌3에서 기훈은 무척 초췌하고 피폐한 모습으로 나온다. 시즌2의 반란 실패로 심한 내적 고통을 겪는 데다 게임에 참여할 때 외에는 수갑으로 결박돼 있어 심신이 모두 지쳐있기 때문이다. 이정재는 이런 기훈을 표현하려 1년 동안 찐 채소만 먹었고, 체중을 10㎏이나 줄였다. 이정재는 “처음엔 하루 세끼 찐 채소를 먹었지만 촬영 중반부터는 두 끼만 먹었다”며 “기훈의 사망 장면 촬영 두 달 전부터는 채소 한 끼를 세 번에 나눠 먹었다”고 돌아봤다. “스트레스와 패닉에 휩싸인 기훈이 게임장에서 주는 밥을 먹지 않아 마른오징어처럼 쪼그라든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시즌1이 전 세계적으로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외형적인 변화도 보여드리고 싶어 회식도 마다했죠."
이정재는 오랜 시간 함께 한 ‘오징어 게임’이 끝을 맺은 게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영화 같은 경우 5년, 10년 뒤에도 재상영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아무래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물이다 보니 ‘와 정말로 끝인가?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싶었다”며 “후련하다는 마음은 전혀 안 들고 끝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이어 “사실 매 작품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참 많은 경험을 했어요. 이렇게 크게 성공한 작품에 나왔다는 것부터 그렇죠. 해외에선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는지도 알게 됐고, 해외에서 한국을 어떻게 보는지도 알게 됐어요. 언제 또 이런 일을 겪겠습니까. 참 많은 일이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정재는 올해 10월 tvN에서 방영 예정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얄미운 사랑’을 촬영 중이다. 극 중 배우 역을 맡은 이정재는 연예부 기자 역의 배우 임지연과 연기 호흡을 맞춘다. 미국 등 해외 작품의 출연 제안도 많아 검토 중이다. 영화 ‘헌트’를 연출한 이정재는 영화감독, 제작자로서도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작품 제안을 많이 받고 있는데 아직 결정할 단계는 아니어서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글을 쓰면서 차기 연출작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귀띔했다. “제가 직접 연출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시나리오 하나를 준비하고 있는 게 있어요. 지금 찍고 있는 드라마를 마무리한 뒤에 촬영에 들어갈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상당히 진행된 상태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