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2025-09-18 18:31:58
산업 지형이 변할 때마다 교육은 늘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올랐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이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는 지금, 부산에는 새로운 인재 양성 체계가 절실하다. 2025 스케일업 부산 컨퍼런스 두 번째 세션은 바로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역교육혁신을 위한 마이스터고의 역할’을 주제로 교육계·산업계·지자체가 모여 부산의 산업과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확산될 수 있을지, 마이스터고가 교육혁신의 구심점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댔다.
■“산업 성장은 인재 양성에 달려”
좌장을 맡은 권혁제 부산시교육청 교육국장은 개회사에서 산업 발전과 직업교육의 궤적을 짚으며 마이스터고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산업의 성장은 결국 어떤 인재를 어떻게 양성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전후 산업 재건기와 중화학 공업 성장기마다 기술계고 출신들이 국가 산업의 허리를 떠받쳐 왔다”고 말했다.
2010년 이후 등장한 마이스터고 역시 반도체·자동차·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맞춤형 인재를 배출하며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취업률이 70~90%에 이르는 성과는 마이스터고가 단순한 학교를 넘어 산업과 교육을 연결하는 ‘기술 인재 플랫폼’임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권 국장은 “AI, 반도체, 바이오헬스, 친환경 에너지, 우주항공 같은 신산업은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곧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젊은 인재를 필요로 한다”며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자동차·해양·기계·SW 마이스터고가 지역 산업을 떠받쳐 왔듯, 앞으로는 반도체와 AI 융합 인재를 길러 첨단산업 중심 도시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부산시교육청은 87년 역사의 부산전자공고를 ‘부산반도체마이스터고’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권 국장은 “마이스터고가 미래 산업 인재의 산실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논의하는 것이 오늘 세션의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전하는 성과와 과제
이어진 대담에서는 마이스터고가 거둔 성과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손재형 부산자동차마이스터고 교장, 김성율 부산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교장, 하태현 부산전자공고 교장이 차례로 나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손재형 교장은 지난 15년의 경험을 돌아보며 마이스터고의 의미를 짚었다. 그는 2010년 개교 이후 수많은 졸업생들이 자동차 산업 현장에서 활약했고, 높은 취업률과 기술력은 기업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끊임없는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며 “반도체 마이스터고 역시 지역과 전국의 우수 기업과 협력 네트워크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율 교장은 디지털 전환에 대응한 학교의 전략을 소개했다. 2021년 문을 연 부산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는 3년 만에 첫 졸업생을 배출했고, 현재는 100% 취업률을 목표로 성장하고 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AI 기반 설계와 SW 제어 없이는 발전할 수 없기에, 두 학교의 연계가 부산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하태현 교장은 “부산반도체마이스터고로 전환을 통해 부산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도 세계적 첨단산업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산학협력 네트워크 확대, 교육과정 고도화, 전문 교원 확보, 학생 지원 강화가 핵심”이라며 “향후 10년간 고졸 반도체 인력이 70% 이상 더 필요하다는 전망 속에서, 이번 마이스터고 전환 추진은 단순한 학교 변화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지자체와 기업의 협력도 필수
학교 현장의 목소리에 이어 지자체와 산업계도 각자의 의견을 내놓았다. 박동석 부산시 첨단산업국장은 “마이스터고의 성공은 교육청과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대학·연구기관과 함께하는 협력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기업 유치와 연계, 청년 정주를 위한 인프라 구축, 취업 매칭과 성과 관리까지 아우르는 전 주기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교육·산업·연구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 부산 학생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세계적 기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최윤화 제엠제코 대표는 “현장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라며 “학교가 아무리 좋은 교육을 해도 결국 학생들이 뛰어드는 곳은 기업이기에, 마이스터고가 현장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을 통해 기업의 동반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