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2025-11-18 18:27:54
부산시청 로비 전경. 부산일보DB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65세 정년 연장’이 공론화되면서 부산에서도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연장 논의가 본격화한다. 지난달 부산시와 공무직 노조가 정년 65세 단계적 연장에 합의했는데, 노동계와 경영계는 정년 연장의 확정 시점, 업종 특성을 반영한 고령 인력 활용 방안 등 실제 정년 연장 실현에는 세부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8일 한국노총 공공노조연맹 공무직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시공무직노조는 2년간 이어진 부산시와의 임금·단체협약을 통해 임금 삭감 없이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중앙부처 공무직 정년을 65세로 단계적 연장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행안부를 제외한 전국 지자체 중에는 부산이 첫 사례다.
이와 함께 부산 노사민정협의회는 다음 달 ‘사회적 변화에 따른 노동환경 대응’을 의제로 근로 시간 단축과 정년 연장 관련 지역 실태 조사 결과와 대응 방향을 모색한다. 회의에는 노동계·경영계·전문가 등이 참여해 업종별 차별화 필요성과 지역 여건에 맞는 제도 설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국 공무원 조직에서도 정년 연장 목소리가 이어진다. 공무원노조총연맹(공노총)은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퇴직 이후 소득 공백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노정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노총 산하 부산공무원노조 임형준 사무총장은 “정년 연장 논의에 맞춰 내년 초 일반 공무원 정년 연장 관련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체계적인 근거를 마련해 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공 부문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근로조건 개악 없는 고용 보장’과 ‘기업 부담 최소화’를 이유로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동계는 임금 삭감이나 퇴직 후 재고용 형태가 아닌 법적 고용보장 형태의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촉탁직·계약직 등 ‘형식적 재고용’이 아닌 기존 근로조건 유지를 전제로 한 법정 정년 연장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재남 본부장은 “임금 삭감이나 임시직 전환을 전제로 한 방식은 실질적 정년 연장이 아니다”며 “현행 근로조건을 유지한 채 법적으로 고용을 보장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정년 연장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업 부담과 인사 운영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종·기업 규모별 특수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숙련 인력을 선별해 재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청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부산처럼 빠른 고령화를 겪는 지역에서는 업종 특성에 따라 고령 인력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부산경영자총협회 김덕중 본부장은 “퇴직 후 수입 공백이나 연금 수급 시기와 시차 등 현실적 요인을 고려할 때 정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이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감내하기 어려운 기업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당이 제시한 ‘2033년까지 65세 달성’ 목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시행 시점과 단계적 상향 속도를 둘러싼 조율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년연장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연내 입법이 이뤄지더라도 시행은 일러야 2027년 1월이다. 2033년까지 법적 정년을 65세로 올리려면 매년 1세씩 상향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정부와 여당은 정년 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병행하는 절충안을 논의 중이다. 최종 목표 연도를 설정해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높여가되, 과도기에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63세)에 맞춰 재고용 형태로 근무를 이어가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