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6-01-06 17:06:02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쇼박스 제공
지난해 한국 영화계는 유례없는 침체를 겪었다. 1년 동안 단 한 편의 천만 영화도 나오지 않았고, 외화 애니메이션과 프랜차이즈 영화의 강세 속에서 한국 영화는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극장 관객 감소와 제작·투자 위축이 맞물리며 ‘영화 산업의 위기’ ‘극장의 위기’라는 말이 반복해서 언급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올해 극장가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5대 배급사인 CJ ENM·롯데엔터테인먼트·NEW·쇼박스·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가 올해 개봉을 예고한 한국 상업영화는 약 22편이다. 코로나19 이전 연간 40편 안팎이던 개봉 편수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지만, 스타 감독과 검증된 IP를 중심으로 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내세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호프’다.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여름 개봉을 확정했다. 비무장지대 인근 항구마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등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황정민과 조인성이 주연을 맡았고, 해외 배우들도 합류했다.
상반기에는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가 관객을 만난다. 탈옥수와 환자가 우연히 거액의 돈을 손에 넣으며 동행하게 되는 이야기다. 최민식과 박해일이 주연을 맡았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장기간 연기됐던 작품이다.
‘호프’ 스틸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휴민트’ 스틸컷. NEW 제공
설 연휴에는 ‘휴민트’와 ‘왕과 사는 남자’가 맞붙는다.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는 첩보 액션 장르로, 조인성과 박정민이 출연한다.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의 유배 시절을 다룬 사극이다. 유해진과 박지훈, 유지태가 출연했다.
검증된 흥행 IP의 귀환도 이어진다.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 2’와 최국희 감독의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개봉을 준비 중이다. 두 작품이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전작의 성과를 다시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믿고 보는’ 외화 라인업 역시 극장가 회복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어벤져스: 둠스데이’ ‘듄 파트 3’ 등 흥행이 검증된 시리즈 후속편이 올해 영화 시장을 겨냥한다. 여기에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와 같은 거장 감독 신작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 영화 개봉 편수는 줄었지만, 스타 감독과 대표 IP가 전면에 나서며 내년 극장가는 조심스러운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한국 영화가 다시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돌려세울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며 “위축될 만큼 위축된 영화 시장이라 개봉 시기가 겹쳐도 경쟁보단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