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 기자 sm5@busan.com | 2026-05-31 18:00:21
현대차 하청 노조가 지난달 28일 울산 현대차 본관 앞에서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금속노조 제공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법적 모호성 탓에 행정기관조차 명확한 기준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1일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가름한다. 이번 결정이 향후 산업계 전체의 노사 관계를 가를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
31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지노위는 1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정신청’에 대한 2차 회의를 연다. 여러 쟁점이 혼합된 형태여서 이날 당장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실제 지난달 20일 1차 회의(부산일보 5월 21일 자 11면)에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번 결정이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원·하청 사용자성 판단의 핵심 잣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현대차 하청 노조는 지난달 28일 결의대회를 열고 실질적 지배력을 내세워 원청교섭을 촉구했다. 하청 노조는 공통으로 원청의 생산 계획과 지시에 따라 하청 노동자의 노동시간과 업무 방식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차보안지회는 원청 지시 없이 하청업체의 독립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작업 방식과 안전관리 통제를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현대그린푸드지회 역시 원청의 생산 계획에 따른 심야 운영시간 통제 등을 이유로 샤워실 등 시설 개선 책임을 원청에 요구하고 있다. 특히 원청 노사 합의 직후 하청 직원에게 지급된 지원금을 ‘성과금’으로 규정하며 사용자성 인정의 무기로 삼았다.
이는 지난해부터 지급이 중단된 상생협력금으로 노조는 이를 원청 노사 합의에 따른 상여금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곧 실질적 지배력의 근거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하청업체에 도급비 외에 별도로 지급하는 금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현장 혼란이 가중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개정 노조법에 구체적인 시행령이나 시행 규칙이 마련되지 않아 법안 자체가 매우 모호하기 때문이다.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더라도 교섭 범위를 기존처럼 작업 환경이나 안전에 국한할지, 아니면 급여와 성과급 등 금전적 보상까지 확대해야 할지 명확한 잣대가 없는 상황이다. 지노위 위원들조차 심판장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판정을 두고 고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구체적 기준이 없는 법리적 맹점은 행정기관의 판단 회피와 타지역 분쟁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남지노위는 최근 한화오션 외주 급식업체(웰리브 지회)의 시정신청을 수용하면서도, 정작 쟁점인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는 생략했다. 결국 사측이 절차적 위법만 따진 초심 판정에 불복해 지난달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며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지노위가 껄끄러운 핵심 쟁점에 대한 판단을 피하고 중노위로 공을 떠넘기면서 불필요한 소모전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행정기관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며 섣부른 판단이 가져올 후폭풍을 우려한다. 백승렬 현대차 고용안정위원회 노사 자문위원은 “법령이 애매모호한 가운데 이번 결정이 향후 판례로 적용될 것”이라면서 “만약 원청이 공동 교섭을 하라고 결론 나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이 벌어질 것이다. 반대로 안 된다고 하더라도 노조가 불복하는 등 극심한 갈등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