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2026-06-21 08:00:00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오랑대의 ‘오’, 시랑대의 ‘시’, 장소를 뜻하는 접미사 ‘리아’가 붙어 탄생한 이름 ‘오시리아’에 가면 워터파크보다 아름다운 워터프론트파크가 있다. 바다 풍경을 거스르지 않고, 자생 식물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쉼’을 위한 철학이 담긴 조경을 더해 만든 공원. 워터프론트파크에서 시랑대가 있는 갈맷길을 지나 아난티코브 앞까지 가면 여기서부터는 반얀트리 부산 해운대까지 2.1km 길이 해안산책로가 펼쳐진다. 해안산책로 역시 같은 철학을 담아 만들어졌다.
워터프론트파크와 해안산책로는 오시리아 주요 녹지축으로, 오시리리아 생태숲, 폐선 부지 기억을 살린 천변공원 등과 함께 30만㎡ 면적의 오시리아 녹지 네트워크다. 구간별로 2025 부산시 아름다운 조경상 최우수상, 2019 대한민국 조경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2021 자연환경대상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해 조경 분야에서는 명성이 높다.
최근 오시리아 관광단지 개발 시행자인 부산도시공사와 부산 기장군청이 기장군으로의 관리권 이관에 합의하면서 7월 워터프론트파크가 정식으로 개장한다. 사업 준공이 아직 되지 않아 몇 달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기장군의 ‘결단’으로 조기 개장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오시리아의 단절됐던 해안선과 보행 네트워크가 완전히 연결되게 됐다.
부산 기장군 아난티코브 앞 오시리아 해안산책로.
■조경상 수상 휩쓴 명품 해안 공원 산책로
오시리아 워터프론트파크 백사장 구간은 오시리아역, 롯데월드, 롯데아울렛 등 주요 상업·관광 거점으로부터 바다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최단거리 해안가라는 입지적 강점이 있다. 하지만 높은 경사지와 가파른 지형으로 인해 공원으로 조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실제로 인근 보행로, 갈맷길과의 동선이 단절되며 오랫동안 유휴지로 방치돼 왔다.
하지만 상상력을 더하고 조경을 넣으면서 이 곳은 오시리아를 대표하는 거점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공연 관객석 같은 입체형 계단 테라스인 ‘웨이브 스탠드’가 중심부에 들어서며 기존에 신라 모노그램 예정지 앞에 조성한 윈드 덱, 웨이브·워터프론트 파빌리온, 전망 덱 등과 함께 해안 공원을 완성하게 됐다.
부산도시공사 조경사업부 백인호 과장은 “가파른 지형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까 고민하다 이곳이 시민들의 일출 명소란 걸 떠올리며 편하게 앉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웨이브 스탠드를 구상했다”면서 “대형 구조물이 줄 수 있는 위압감을 없애기 위해 동해안의 파도를 연상시키는 곡선형 계단 테라스를 전면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웨이브 스탠드는 밤이 되면 LED 야간 경관 조명이 켜지며 색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고래개안불…럭키별장이 있던 명소
오시리아 워터프론트파크는 갈맷길 1-2코스(송정~연화리~오랑대~임랑)가 오시리아 관광단지로 이어지는 초입부에 있다. 동해 남부선 해안팔경 제일경으로 알려진 시랑대가 있는 시랑산 끝자락에 위치하며, 깊숙이 들어오는 아담한 해변을 끼고 있어 ‘프라이빗 비치’ 분위기가 난다.
향토학자들 중에선 시랑산을 공수동에서 보면 물개가 대마도를 향해 힘차게 헤엄을 치는 형상이라 하여 산세의 명당으로 꼽는 이들도 있는데, 실제 이번에 워터프론트파크가 조성된 고래개안불 해안가는 과거 럭키별장이 있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2010년 2월 기준 카카오맵 로드맵만 검색해 봐도 사진에 럭키별장이 등장해 오시리아 관광단지가 조성되기 직전까지 럭키별장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럭키별장은 LG그룹의 모태가 된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와 금성사(현 LG전자)가 부산에서 사업의 기틀을 다지던 시절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휴양이나 외빈 영접 등을 위해 사용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부산도시공사가 워터프론트파크를 조성하면서도 럭키별장이 있던 자리의 조경석을 살려 흔적을 남겼다.
고래개안불은 차가운 한류가 급속히 밀려올 때 찬 수온을 피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이곳으로 고래가 자주 백사장에 내비치던 곳이라 붙여진 이름으로 전해진다.
■탄소 흡수·저장 식물 ‘황근’도 맘에 들었다!
오시리아 워터프론트파크는 조경 전문가뿐 아니라 기후·생태 전문가들로부터도 주목받고 있다. 부산도시공사는 워터프론트파크를 기획하면서 대한민국 자생 준맹그로브 식물인 황근(Hibiscus hamabo)을 제주나 도서 지역이 아닌 내륙 해안 육상부에 대규모로 식재해 안착에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뿌리가 굵고 생존력이 강해 태풍과 파도에도 끄떡없이 살아남았다. 무궁화속인 황근은 대표적인 블루 카본 식생으로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등에서도 최근 주목하고 있는 식물이다.
부산도시공사 조경사업부 오시훈 부장은 “황근은 아열대 준맹그로브 식물로 염분과 강풍, 태풍 등 거친 해안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탁월한 생존력을 발휘하는 수종으로, 일반적인 육상 산림 수종 대비 무려 3~5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탄소 흡수·저장 능력을 지닌 식물”이라면서 “기후변화 가속화와 아열대화에 따라 준맹그로브 수종의 자생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이를 도시 조경에 과감히 도입한 전향적인 실험이자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원 녹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워터프론트파크뿐 아니라 오시리아 해안산책로에도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작은 관목인, 역시 탄소 흡수력이 뛰어난 블루 카본 식물인 순비기 나무가 군락지로 조성돼 있다. 오시리아 공원, 해안산책로는 주변 지역에서 자생하는 돈나무와 황금사철 등 자생종 중심의 군락을 보존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조경과 연계해 도시형 탄소중립 공원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식생 원형 보존에 대한 협의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신비로운 숲 지나니 바다 풍경이 ‘짠’
워터프론트파크 옆 갈맷길 1-2코스로 시랑대를 한바퀴 돌아 해동 용궁사, 국립수산과학원 등을 지나면 오시리아 해안산택로 입구가 나온다. 이곳은 처음 아난티코브가 만들어지던 시기에는 없던, 원형 보존지였는데 2021년 새롭게 조성됐다.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는 아난티 입구에서부터 반얀트리 앞까지 이어지는 2.1km 구간을 말한다. 아직도 일부는 이 공원을 아난티에서 조성한 구역으로 알고 아난티 투숙객이 아닌 이들은 멈칫하기도 하지만 명백히 이 구간은 부산도시공사가 설계하고 시공한 공공 도시공원이다. 누군가는 아난티와 해안산책로 사이에 벽을 세워 경계를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비탈면과 관목으로 자연스럽게 경계를 지어 어느 쪽에서 봐도 시야를 가리지 않게 했다. 오히려 아난티코브의 조경과 도시공원의 조경이 이어지게 해 개방성을 높였다.
부산도시공사 조경사업부 정선혜 차장은 “해안산책로 시작점에서는 숨은 공간처럼 된 나무 숲을 따라가다 갑자기 바다가 뻥 뚫려 나타나게 연출했다”면서 “홍가시 나무는 아난티 숙박시설을 차폐하는 역할도 하면서 산책하는 이들에게는 신비로움을 선사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해안산책로에 처음 발을 딛고 바닷가로 향하는 이들의 ‘설레는 마음’까지 고려한 연출자의 세심함이 배어 있는 구간이다.
해안산책로 구간 역시 콘크리트와 폐기물 등이 있던 자리를 먼 해안에서 공수해온 호박돌과 식생으로 꾸며 도시공원으로 거듭나게 했다. 이 일대의 거북바위는 낚시꾼들의 성지로도 유명하다.
글=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사진=정대현 기자 j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