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2026-07-27 21:00:00
27일 부산 연제구 부산소방재난본부 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각종 현장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복지 상담 수요가 늘면서 119 상황실이 사실상 공공 의료상담 창구 역할까지 떠안고 있다. 증상 상담부터 병원 안내까지 비응급 신고가 119로 몰리면서 긴급 신고 대응에 투입할 소방 인력과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령사회에 맞춰 응급·의료 상담을 위한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서 접수된 119 신고는 총 67만 8760건으로, 하루 평균 1860건에 달했다. 이 중 실제 현장 출동으로 이어지는 신고는 26만 4810건으로 전체의 31%에 달한다. 나머지 69%는 단순 문의나 안내, 의료 상담, 오신고 등 비긴급 신고로 나타났다. 비긴급 신고는 단순 안내·민원 전화가 25만 5018건(3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오신고가 14만 2707건(21%)으로 뒤를 이었다.
119신고 건수는 해마다 줄고 있지만, 비긴급 신고의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비긴급 신고의 비중은 68.6%(41만 3950건)으로, 전년 64.1%에 비해 4.5%P(포인트) 증가했다. 건수는 전년(48만 3252건)보다 7만 건 가량이 줄었지만, 전체 신고 중 비중은 높아지는 추세여서 현장에서는 비긴급 신고 처리로 긴급 신고 대응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황실 119 접수 요원들이 받는 신고 전화는 연간 평균 1만 건 안팎으로, 근무일 기준 하루 50건 정도다. 이 가운데 35건 정도가 비긴급 신고로, 단순 안내만 하루 15건 안팎에 달한다.
특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몸에 이상을 느꼈을 때 구급차를 불러야 할 정도인지 판단하기 어렵거나, 응급처치 방법과 의료기관 등을 문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부산은 고령화율이 높은 지역인 만큼 고령층의 의료 상담과 병원 안내 수요가 119로 유입되는 현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119가 화재·구조·구급 등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신고 창구라는 점이다. 비긴급 상담 한 건을 처리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해 상담 수요가 집중되면 긴급 신고 접수와 출동 지령에 투입할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상황실 관계자는 “상담 수요가 몰리면 긴급전화가 ARS로 넘어가서 긴급신고 대응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비긴급이라 신고 내용을 가볍게 넘기면 항의와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현장 직원들의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고령사회에서 늘어나는 의료·복지 상담을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로 보고 다수의 공공 상담기관이 함께 담당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공공 상담 창구는 국민권익위에서 운영하는 110 정부민원안내콜센터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120 콜센터가 있다. 110 콜센터는 의료기관 안내 등 생활밀착형 상담이 가능하지만, 119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져 관련 이용이 많지 않다. 120 콜센터는 의료 상담을 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동일 번호로 비긴급 상담 전화가 반복적으로 걸려오는 경우 110이나 120 콜센터 등으로 착신 전환하는 등 단계적으로 상담 수요를 분산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다.
신라대 손지현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사회에서 의료·복지 상담 수요 자체를 줄이기는 어려운 만큼, 상담 기관 간 역할을 적절히 분산·통합해 쏠림을 완화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