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 2026-07-26 20:30:00
“8월 이후 우리 과에 전공의는 1명만 남게 됩니다.” 부산대병원 박경희 신생아집중치료센터장은 전공의가 의국을 졸업하는 8월 이후가 걱정이다. 박 센터장이 소속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3명 중 2명이 ‘졸국(의국 졸업)’을 하기 때문이다.
부산 상급종합병원의 필수의료과를 중심으로 의사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2024년 2월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갈등 이후 비수도권 8개 필수의료과 전공의는 60% 수준만 복귀했다. 지난해 8월에 복귀한 고연차들이 다음 달 일제히 수련을 마치며 가뜩이나 부족한 전공의가 더 줄어들게 됐다.
전공의를 거친 뒤 필수의료과를 선택하는 전문의 역시 부족하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일명 ‘촉탁의’라고 불리는 계약직 의사를 다수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구인난이 심각하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는 등 지역 필수의료 강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버티기’를 하고 있는 비수도권 의료 현장에서는 당장의 인력 부족을 해소할 대책이 시급하다.
26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다음 달 이후 부산의 상급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는 부산대병원·동아대병원 각 1명, 고신대복음병원과 인제대부산백병원은 단 한 명도 없다. 부산대병원 분원이자 상급종합병원인 양산부산대병원도 3·4년차 전공의 4명의 수련이 동시에 끝난다. 이에 따라 양산부산대병원도 9월부터는 소아청소년과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는 아무도 없는 상황이 된다.
소아청소년과 뿐만 아니라 부산 상급종합병원의 다른 필수의료과 역시 전공의 공백 사태가 예상된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졸업 이후 산부인과 2명, 심장혈관흉부외과 1명, 외과 1명만 남는 등 비수도권 필수의료과의 전공의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전공의 부족은 전문의 부족 사태로 불붙는다. 2026년도 전문의 최종합격자 중 내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신경과·신경외과·심장혈관흉부외과·외과·응급의학과 8개 필수의료과 전문의는 989명이 배출됐다. 이는 의정갈등 1년 전인 2023년도 1341명과 비교하면 약 26.2% 줄어든 규모이다.
필수의료과 전문의 부족은 지역이 더 심각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지역의료 지원사업 현황와 개선과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부산의 필수의료과 전문의는 7313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223.9명꼴이다. 서울(292.6명)보다 68.7명이나 적다. 울산은 147.7명, 경남은 149명 뿐으로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전공의와 전문의로 이어지는 의사 배출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필수의료과의 일부 진료 분야는 ‘멸종’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박 센터장은 “신생아 중환자를 담당하는 세부 전문의는 ‘기피과 안에서도 기피과’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며 “현장 의사들 사이에서 5~10년 뒤에는 소아청소년과 신생아 의사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지역 필수의료 강화 대책으로 의사 정원 확대, 지역의사제 도입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대입인 2027학년도부터 지역의사제를 적용하더라도, 이들 수험생들이 전공의와 전문의를 거쳐 지역에 정착하려면 최소 10년 가까이 걸린다. 지역 필수의료에 수가를 높이는 정책도 펼치지만, 의사 수가 부족한 상황을 직접적으로 구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현장에서는 지금 지역과 필수의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이탈을 막는 막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산부산대병원 민문기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몸은 힘들고 얻는 것이 없는데 위험 부담만 크다면 누가 하겠느냐”며 “필수의료과를 했을 때 다른 과에 비해 손해가 없어야 하며, 서울 등 수도권 편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