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 2026-10-05 17:18:13
정신과 전문의 신동진. 저자 제공
몸이 아플 때 어른들은 ‘잘 먹어야 낫는다’고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마음이 아플 때는 무엇을 먹어야 할까.
<음식으로 소통하는 정신과 의사의 마음건강 레시피-마음 아플 땐 밥>(끌리는책)은 신동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인생을 밥상과 비교하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을 독자와 함께 모색해 보는 책이다.
저자는 행복의 답을 찾고자 킬리만자로 등반과 아프리카 세계 일주까지 다녀도 봤다. 하지만 4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과 마주 앉아 먹은 소박한 집밥에서 더 깊은 행복을 맛보았다. 허기진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화려한 뷔페나 오감을 자극하는 오마카세가 아니라 속을 따뜻하게 달래주는 밥 한 그릇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정신과 의사가 왜 진료실이 아닌 부엌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을까.
저자는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은 우울함이나 불안 같은 불행한 감정을 해소하러 오지만, 불행이 사라졌다고 해서 곧바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불행이 떠난 빈자리에 삶을 채워 넣어야 비로소 행복해진다. 그래서 저자는 진료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약물치료만으로는 전달하기 힘든 ‘삶의 재활과 행복의 기본기’를 전하고자 했다. 그것이 밥상일 수도 있고 수면이나 규칙적인 생활이 될 수도 있다고 행복 레시피를 소개했다.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약을 먹는데도 왜 온전히 행복해지지 않을까. 허리 디스크를 수술해도 재발을 막으려면 스스로 자세를 고치고 코어 근육을 단련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정신과 치료와 약물은 우울함이나 불안이라는 통증을 줄여주지만, 마음 깊은 곳의 무의식적 갈등이나 삶의 습관까지 대신 바꿔주지는 못한다. 진정한 행복을 얻으려면 불행이 사라진 자리에 소소한 즐거움, 의미 있는 관계, 건강한 습관을 스스로 채워나가는 적극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처방했다.
나이 들수록 고집이 세지고 타인의 말을 안 듣는 ‘꼰대’가 되는 이유는 뭘까.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익숙한 경험만 신뢰하려는 본능이 있다. 뇌과학적으로도 유연한 사고를 담당하는 뇌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수록 꼰대가 되기 쉬운데, 저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요리’’와 같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보길 권했다. 초보자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겸손한 태도가 마음의 노화를 막고 유연한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의 기준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두부 지옥’ 미션에서 셰프들이 두부라는 같은 재료로 27가지의 각기 다른 요리를 만들어냈듯, 행복에도 단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진정한 행복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인정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조언했다.
‘마음 아플 땐 밥’ 책 표지. 끌리는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