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3-04-22 13:08:44
농구공이 늘 골대를 맞고 튕겨져 나와도 포기하지 않았다. 모두 안 될 거라 이야기할 때 묵묵히 코트 위에서 공을 던졌다. 팀의 생사가 걸린 절체절명의 순간, 기회가 왔다. 말간 얼굴로 경기에 나온 재윤의 모습이 스크린에 비치면 관객은 숨죽이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 배우 김민의 다면적인 감정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영화 ‘리바운드’ 속 김민은 서툴고 불안한 청춘 그 자체다. 그가 연기한 재윤은 소극적이고 말수 적지만, 농구를 향한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민은 “이번 작품을 한 뒤 후회 없을 때까지 열심히 달려볼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김민은 이 작품으로 첫 장편 상업 영화에 데뷔했다. 그전에는 단편 ‘보이는 대로’ ‘애프터코리아’ ‘당신의 아이’와 드라마 ‘멧돼지 사냥’ 등으로 차곡차곡 연기 경험을 쌓았다. 김민은 첫 장편이라는 게 믿기 힘들 만큼 여러 캐릭터 사이에서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준다. 그는 “요즘 하는 경험들이 처음이라 새롭고 설렌다”며 “촬영할 때부터 너무 재미있고 좋았던 작품이라 더 애정이 간다”고 말했다. “부산과 안동 로케이션 촬영이 길어서 긴 여행을 온 느낌이었어요. 함께 한 사람들이 너무 좋았죠. 장항준 감독님과 안재홍 선배가 고기도 사주시고 잘 챙겨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김민이 그린 영화 속 재윤은 ‘꺾이지 않는 마음’을 잃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간다.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재윤 캐릭터에서 청춘의 성장을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한 장항준 감독의 설명처럼 그의 성장 모습은 관객에게 진한 울림을 준다. 실제로 지난 14일 관객과의 대화(GV) 3차에 참석한 한 관객은 <부산일보>에 “재윤의 모습을 보고 잊고 있던 작가의 꿈을 다시 키우기 시작했다”고 벅찬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김민은 그런 재윤을 ‘순수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경기에 뛰지 못해도 팀의 성공을 진심으로 원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다”며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는 멋진 캐릭터”라고 했다. 김민은 “재윤이가 상상만 했던 첫 경기에 나갔을 때 겁나고 무서웠을 것”이라며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을 꿈꿨던 내가 막상 카메라 앞에 섰을 때의 느낌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다르잖아요. 저는 물론이고 제 주변 친구들, 많은 청춘들의 모습을 재윤 캐릭터가 대변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관객들이 더 응원을 해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이 작품은 2012년 부산 중앙고 농구부가 일군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다. 협회장기 전국 중고교 농구대회에 나간 ‘최약체’ 농구부가 단 여섯 명의 선수로 결승에 오른 이야기다. 당시 이 이야기는 ‘언더독의 반란’으로 불리며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부산에서 35일 간 촬영한 데다 부산 출신 권성휘 작가와 안재홍 배우가 뭉쳐 ‘진짜’ 부산 영화로 꼽힌다.
김민은 “이번에 부산을 처음 가봤다”며 “광안대교와 바다를 보고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예쁘더라”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영화에서 충무동 새벽시장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보니 부산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도 여러 모습이 있지 않나. 부산에서 예쁜 풍경과 함께 사람 냄새 나는 곳곳의 모습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다”고 했다.
김민은 ‘리바운드’를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큰 울림을 받아서다.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땐 재윤이처럼 끝까지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도 기억에 많이 남을 나의 소중한 첫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부산 영화 ‘바람’을 보고 처음 연기자의 꿈을 키웠는데 부산 배경인 ‘리바운드’로 데뷔하게 됐네요. 대중들이 늘 궁금해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