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칸을 찾는 건 상대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노력”

샤룻데 문학상 공모 소설 부문
부산의 서정아 작가 대상 차지
수상작은 단편 ‘빈칸의 위치’
미공개 신작, 12월 작품집 예정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 2026-11-01 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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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롯데 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에 선정된 서정아 작가. 김효정 기자 샤롯데 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에 선정된 서정아 작가. 김효정 기자

샤롯데 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에 선정된 서정아 작가. 부산일보DB 샤롯데 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에 선정된 서정아 작가. 부산일보DB

샤롯데 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에 선정된 서정아 작가. 부산일보DB 샤롯데 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에 선정된 서정아 작가. 부산일보DB

“기쁜 소식 들었죠?” “혹시 모를까 싶어서 그러는데…” “부산 문단 경사!” “역시 부산 소설가들 대단해” ….

얼마 전 휴대폰에 갑자기 SNS 메시지가 쏟아졌다. 모두 같은 소식을 전하는 내용이다. 부산 문단의 경사를 알리겠다며 알고 지낸 작가들이 줄줄이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정작 영광의 주인공은 연락이 없다. 자기 자랑을 못 해서 안달인 요즘 어찌 이리 조용한가 싶다. 결국 먼저 전화해서 “알려줄 소식 없냐”라고 물으니 “아직 신작은 나오지 않았다”라며 딴소리를 한다. “많이 축하한다”라는 말에 그제야 “아하! 그거…”라고 수줍게 답한다.

부산에서 오래도록 소설을 쓴 서정아 작가가 단편 ‘빈칸의 위치’로 샤롯데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2024년 문학을 사랑했던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뜻을 기리고 창작자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시, 소설, 수필 분야에 미공개 신작을 응모 받는다. 지난해 3013명이 응모했고, 27명의 심사위원단이 한 달을 심사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응모자 수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접수자 수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등단, 미등단 관계없이 작품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경력 있는 기성 작가들도 많이 응모하고 있다. 서 작가의 대상이 새삼 대단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어요. 부산의 동료 작가들이 다들 기뻐해 주시고 축하 인사를 보내주셨습니다. 사실 이 소설은 문인단체 ‘부산작가회의’가 만드는 문예지 <작가와 사회> 편집회의에서 들은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편집위원 중 한 명이 예전 대학시절 재미있는 경험담을 이야기했는데 웃기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이 이야기 소설에 사용해도 되냐고 물었고, 혹시 이 소설이 잘되면 편집위원들에게 한턱 내겠다고 말했죠. 정말 상금으로 맛있는 음식 대접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편집회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당일 서 작가는 생각나는 대로 메모를 시작했다. 그 메모가 이번 당선작으로 선정된 소설의 첫 단추이다. 어떤 이야기를 들었기에 대상감이 탄생했는지 궁금했다. 서 작가의 이야기는 굉장히 단순했다. 대학 시절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쓰고 있던 안경이 갑자기 느슨해진 느낌이 들더란다. 자는 사이 누군가 안경의 코 받침을 훔쳐간 것이다. 안경을 통째로 들고 간 것도 아니고 안경 코 받침만 정성껏 빼 간 게 웃겼다.

이 이야기는 소설에서 남자 주인공의 대학 시절 일화로 잠깐 등장한다. 멋진 음식을 대접하기에 이야기의 기여도가 약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니 서 작가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그 짧은 일화에서 복잡한 인간관계와 극적인 사건의 연결, 정체 모를 미스터리 인물까지 확장한 건 모두 서 작가의 솜씨다.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서 작가는 지난 22년간 치열하고 꾸준히 작품을 선보였다. 대학생 때 부산소설가협회의 소설창작반에서 소설 쓰기를 처음 접했고, 25살 대학원생 때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것이다. 당시 신춘문예 당선자 중 굉장히 어린 편이었고, 심지어 소설을 쓴 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사람들이 제 글을 읽고 공감해 주고 소설에 등장한 상황에 같이 고민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굉장히 내성적이라 다른 사람과 만나고 교류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소설을 통해 소통의 매력을 알게 된 셈이죠. 소수의 독자라도 깊게 읽고 반응해주는 이들이 고맙습니다.”

서 작가는 타인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타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 타인의 삶에 개입해도 되는지, 이 사회의 폭력성과 이로 인한 아픔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대상 작품인 ‘빈 칸의 위치’ 역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읽고 이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 작가 특유의 몰입감과 빠른 진행 덕분에 소설은 순식간에 읽힌다.

서 작가는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를 남기라고 등을 토닥여주는 것 같다”라는 담백한 수상 소감을 밝혔다. 현재 장편 소설을 준비 중이며 단편은 계속 쓰고 있다. 서 작가의 수상 작품은 12월 초 다른 수상자들의 작품과 함께 샤롯데문학상 작품집을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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