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 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됐다. 지난달 12일 순천 송치재 휴게소에서 불과 2.5㎞ 떨어진 매실밭에서 부패된 시체로 발견된 남성이 유 전 회장인 것으로 유전자 검사결과 확인됐다. 검찰과 경찰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검거에 나선 유 전 회장이 싸늘한 주검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선박 안전조치를 외면한 나머지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승객 29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되는 참사를 빚은 장본인의 쓸쓸한 말로를 보여 줬다. 동시에 검찰과 경찰의 유병언 검거 작전이 허무하게 막을 내리게 된 순간이 되었다.
검찰과 경찰은 유 전 회장의 사체가 발견됨에 따라 검거 작전이 부실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검사 15명과 직원 110명에다 전담 경찰관 2천600여 명 등 단일 사건 사상 최대 인원을 투입하고도 유 전 회장을 체포하기는커녕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은 유 전 회장의 사체가 발견된 지 40일이 지나도록 매실밭 현장을 뼛조각과 흰 머리카락이 흩어져 있는 상태로 방치해 왔다.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의 유전자 검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면서도 현장보전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지금부터라도 사후 처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유 전 회장의 죽음으로 난항이 예상되는 범죄 수익 환수 작업부터 차질이 없도록 정밀한 수사를 진행해 주기를 바란다. 세월호 사건 책임재산을 확보하는 데 한 치 빈틈없는 수사 자세를 보여 줘야 할 것이다. 덧붙여 논란이 예상되는 유 전 회장의 사인에 대해서도 철저히 진상을 가려내는 등 한 점 의혹 없는 마무리 수사를 진행해 주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