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가 첼시에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내줬다.
맨시티는 30일(한국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의 드라강 경기장에서 열린 2020-21시즌 UCL 결승전에서 카이 하베르츠에게 결승골을 내줘 첼시에 0-1로 패배했다.
이로써 구단 사상 첫 UCL 결승에 오르며 EPL과 리그컵에 이어 트레블 달성까지 노리던 맨시티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반면 지난 시즌 PSG를 지휘하며 UCL 결승에 올랐다가 우승을 바이에른 뮌헨에 내준 토마스 투헬 감독은 1년 만에 커리어 사상 첫 챔스 우승을 따냈다. 첼시는 통산 2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오일머니 효과로 전례없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맨시티는 올 시즌을 포함해 통산 5번의 정규리그 우승에 성공했으나 유럽대항전에서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 원인으로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 특유의 전술변화가 꼽힌다. 과르디올라는 근래 들어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오를 때마다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변칙 전술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이런 묘수는 대부분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펩은 올 시즌에는 결승에 오를 때까지 평소 잘해오던 전술을 사용해 사상 첫 결승 진출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펩의 묘수가 발동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올 시즌 맨시티가 총 60경기를 치르는 동안 로드리와 페르난지뉴 두 선수 모두 선발에서 제외된 적은 단 한번에 불과하다. 팀의 핵심 수비형 미드필더인 두 선수가 모두 빠진 채 경기가 시작된 것은 6개월 전인 올림피아코스와 홈경기뿐이었다.
과르디올라는 그러나 올 시즌 팀내 최다 득점자이자 2선 자원인 귄도안을 3선에 세우는 전술을 들고 나왔다. 펩은 그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는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며 "나는 항상 이기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한다. 선수들도 그걸 알고 있고, 나는 귄도안이 꽤 잘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카이스포츠는 '과르디올라는 또 생각을 너무 많이 한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귄도안이 홀딩 미드필더 역할을 부여받았으나, 이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챔스 결승에서 맨시티의 중원은 베르나르두 실바, 케빈 데 브라위너, 귄도안 등 공격적인 선수들로만 구성됐다. 이로 인해 맨시티 수비진은 첼시의 압박이 거세질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42분 첼시의 카이 하베르츠가 역습 과정에서 마운트의 직선적인 스루 패스를 그대로 골로 연결시켰다.
과르디올라는 후반 19분 베르나르두 실바를 빼고 페르난지뉴를 뒤늦게 투입했다.
아담 베이트 기자는 펩이 뮌헨을 지휘하던 2014년에도 갑작스런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가 레알 마드리드에 4-0 대패를 당한 적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그가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BBC 역시 과르디올라가 어설픈 전략을 들고 나섰다면서 선발에서 페르난지뉴와 로드리를 모두 선발에서 제외시킨 것에 의문을 드러냈다.
맨유의 레전드 리오 퍼디난드도 BT스포츠 인터뷰에서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시즌 내내 해온 플레이를 바꾼 것"이라며 "펩은 항상 로드리나 페르난지뉴를 선발로 세웠는데 갑자기 바꿨다. 그러나 그것은 투헬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퍼디난드는 "우리는 마레즈와 스털링이 굉장히 넓게 플레이하는 것을 봤는데, 그들은 이번 시즌에 사실 그렇게 플레이하지 않았다. 그게 맨시티의 패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BBC라디오5에서 전 첼시 스트라이커 크리스 서튼은 "팀에는 리더가 필요하고, 페르난지뉴가 바로 그런 선수"라며 리더십의 부재도 패착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투헬은 올해 1월 갑작스레 첼시를 지휘하게 됐으나 FA컵과 프리미어리그, 챔스까지 올시즌 맨시티와 3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게 됐다.
이날 주요 외신들은 첼시의 수비진이 맨시티의 공격을 훌륭하게 봉쇄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날 첼시는 베테랑 수비수 티아고 실바가 부상으로 전반전에 교체 아웃되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주장 아스필리쿠에타와 뤼디거, 제임스 등의 호수비로 97분 동안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특히 스카이스포츠는 주요 찬스마다 맨시티의 공격을 저지한 캉테와 벤 칠웰, 아스필리쿠에타에게 양팀 최고 평점인 9점을 부여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