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2022-04-12 15:45:05
부산항 북항 1부두 창고가 오는 2024년 문화공간으로 조성돼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올 11월 개관 예정인 부산근현대역사관(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지하 공간도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12일 중구 ‘한성1918’(옛 한성은행 부산지점) 청자홀에서 문화기관 확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공공주도 예술프로젝트와 문화시설 활성화를 위한 이날 회의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김기환 문화체육국장과 함께 8개 문화기관 대표가 참석했다.
먼저 김기환 국장은 “시민 문화공간 조성을 위해 공공시설과 유휴공간을 적극 활용하겠다”며 “북항재개발 후 1부두 창고의 관리 권한이 부산항만공사에서 부산시로 넘어오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공연·전시·축제·마켓 공간으로 쓸 계획이다”고 밝혔다.
부산시에 따르면 4000㎡(약 1200평) 규모의 1부두 창고 일대는 북항재개발 사업을 통해 역사공원으로 조성되고, 올해 말 부산시에 귀속된다. 시는 ‘피란수도 부산’ 유산의 일환으로 1부두 창고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부산시 문화재로 등록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내년에 정밀 안전진단을 거쳐 오는 2024년 공연·전시 등이 가능한 문화공간으로 내부 공간을 리모델링 할 계획이다. 북항 오페라하우스 등과 연계한 지역 핵심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조성하기 위해서다.
올 11월 개관 예정인 부산근현대역사관 지하는 미술 설치작가를 위한 공간으로 꾸민다. 김 국장은 “금고 6개가 위치한 독특한 지하공간이 있어 미디어아트 공간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가 열린 한성1918 청자홀의 경우 내년부터 공연, 전시, 교육, 세미나 등 청년을 위한 공간으로 확대, 운영한다. 이밖에 부산시민회관 2층의 옛 카페테리아 공간은 내년 리모델링 후 예술가 연습 공간과 시민 아카데미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 지역 예술대학이 폐과하고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공공주도 예술프로젝트와 지산학 협력을 활성화 하기로 했다. 무대예술·공연기획·예술경영 등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기관별로 공연예술 아카데미를 열고, 오는 2024년부터는 통합 아카데미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발판으로 오는 2026년 이후에는 가칭 ‘부산공연예술전문학교’ 설립도 추진한다.
예를 들어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에 앞서 오는 2024년까지 60명 규모의 오페라 아카데미를 열고, 오페라위크 행사와 연계한 공연 등을 추진한다. 이어 2025년 이후에는 10억 원 규모의 예산으로 부산문화회관·오페라하우스 등 문화시설 내에 분야별 공연예술 아카데미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시설 중심의 작품제작(공공프로덕션) 체계도 구축한다. 공공기관이 작품 공모를 통해 직접 제작에 나섬으로써 청년, 신진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 작품제작을 위한 신규 예산 5억 원을 반영하고, 2024년에는 8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대관 중심의 공공극장 운영은 제작극장 중심으로 전환한다. 특히 오는 2024년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2025년 부산국제아트센터 개관 이후 기존 공공극장은 특성화 제작극장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산문화회관은 시립예술단과 국악, 전통무용 중심으로 특성화하고, 시민회관은 연극과 소극장 중심의 제작극장으로 운영한다. 이를 통해 고유한 레퍼토리를 보유한 유럽식 전문 공공극장 체계를 만들고, 다양한 예술인 일자리 창출로 지속가능한 예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게 부산시의 계획이다.
올 6월부터 10월까지 부산진구와 해운대구, 금정구, 수영구 일대에서 ‘2022년 부산형 거리예술축제’도 연다. 축제와 연계한 공연마켓을 도입해 문화예술시장 활성화, 시민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도모한다. 박형준 시장은 “문화 진흥에 있어 사람, 공간, 콘텐츠, 시민 향유 이 네 가지가 핵심이다”며 “문화라는 것이 그 자체가 융합적인 것이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문화기관 간의 소통 기회를 더 자주 가지겠다”고 말했다.
특히 부산시는 문화예술 관련 예산 확대를 위해 내년부터 ‘문화예산 실링제(예산 사전확보)’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공약한 오는 2030년 기준 ‘문화예산 3%’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0.1%포인트씩 예산 비율을 늘려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내년 기준 전체 예산의 2.3%를 문화예산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를 금액으로 추산하면 약 3300억~3400억 원 규모다. 김 국장은 “사업별로 예산을 편성해 따내는 방식이 아니라 내년 문화예술 예산 목표 총액을 사전 배분 받은 뒤 개별 사업에 편성하는 방식의 실링제를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