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태형 감독, 팀 미래에 환한 등불을 밝혔다

차후 팀 주전 될 신인 차례로 등장
18일 선발 홍민기 데뷔 첫 4이닝
주형광-장원준 뒤 잇는 좌완 기대
19세 포수 박재엽, 첫 홈런 포효
오랜만에 부산 출신 초대형 포수
이민석-김동혁-한태양도 맹활약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2025-06-19 18:05:19

롯데 자이언츠의 신인급 선수인 내야수 한태양, 포수 박재엽, 투수 홍민기(위에서부터)가 지난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이날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의 신인급 선수인 내야수 한태양, 포수 박재엽, 투수 홍민기(위에서부터)가 지난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이날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김태형 감독.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김태형 감독. 롯데 자이언츠 제공

지난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한화 이글스전은 부산 야구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롯데가 이날 6-3으로 이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롯데 김태형 감독이 앞으로 롯데 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자원들을 대거 출전시켜 팀의 앞날에 환한 등불을 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날 한화전에서 롯데 선발투수는 2020년 신인으로 입단했지만 그동안 거의 흔적을 남기지 못했던 좌완투수 홍민기(24)였다. 그는 지난해까지 겨우 4경기에 출장해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했다. 올해도 두 차례 등판해 2이닝만 던졌다.

원래 나균안이 이날 던질 예정이었지만 선발 등판 일정이 하루 밀리는 바람에 홍민기가 나선 것이었다. 롯데 선발투수진 사정이 급하다고 해도 올해 겨우 2이닝만 던진 신인급 선수를 내세운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홍민기는 이날 최고구속 155km에 이르는 직구를 앞세워 데뷔 이래 처음 4이닝을 던지면서 4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원래 4이닝 정도만 던질 예정이었기 때문에 팀이 3-0으로 앞선 5회 마운드에서 내려온 게 개인적으로 아쉬울 따름이었다. 김 감독은 “좋은 공을 가지고 있다. 60구, 4~5이닝 정도 던져주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롯데 팬들은 홍민기가 이번 등판을 발판 삼아 주형광-장원준의 뒤를 잇는 롯데 좌완 선발투수의 핵심이 되기를 기대한다.

더 충격적인 선수기용은 포수로 나선 박재엽(19)이었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올해 입단한 그는 이날이 프로 1군 첫 선발 출장이었다. 사실상 그를 롯데로 데려온 김 감독이 2군에서 타율 0.350, 4홈런, 22타점으로 펄펄 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날 경기에 기용한 것이었다.

박재엽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2회말 선제 결승 3점 홈런을 포함해 2타수 2안타 2볼넷 3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부산 포수 최대어로 불렸다. 고등학교에서는 타격에도 눈을 떠 수비는 물론 공격도 잘하는 포수로 거듭났다.

롯데는 과거 심재원-한문연이라는 부산 출신 국가대표 포수를 보유한 포수 왕국이었지만 이후에는 제대로 된 지역 출신 포수를 구하지 못했다. 진갑용, 장성우, 김태군 등 지역에서 좋은 포수가 꾸준히 나왔지만 모두 놓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박재엽은 거의 30년 만에 ‘토종 최고의 포수’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선수다. 김 감독은 “포수로서 능력이 좋다. 치고 던지고 받는 능력은 팀 내에서 제일 위다. 수비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제일 높이 평가하는 포수”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두 선수 외에도 올해 많은 신인급 선수를 적재적소에 기용해 팀 전력에 활용했다. 주전급 선수들이 지치거나 부상으로 빠졌을 때 기존 백업요원이 아니라 주저하지 않고 신인을 기용했다. 투수로는 선발 대체요원으로 7경기에 나선 이민석(22), 타자로는 내야수 장두성(26), 한태양(23), 이호준(22)과 외야수 김동혁(25) 등이다.

팬들이 이름조차 잘 모를 정도로 그동안 무명이었던 이들은 마치 실력을 숨겨두기라도 했다는 듯 팀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차례로 맹활약했다. 선발투수 김진욱이 부진으로, 다른 선발투수 박세웅이 피로 누적으로 결장할 때, 타자 황성빈, 나승엽, 윤동희 등이 부상으로 빠졌는데도 롯데가 3위를 지킨 것은 이들의 활약 덕분이었다.

당장의 성적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이들이 앞으로 짧으면 1~2년, 길면 3~4년 뒤에 팀의 주전으로 도약할 선수들이라는 사실이다.

과거 롯데는 주전으로 투입할 신인 발굴에 실패해 전력 보강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시달려왔다. 그런데 올해 한꺼번에 수많은 신인이 배출된 것은 당장 지금보다 미래를 위해 더 긍정적인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언론도 ‘18일 롯데 승리는 뉴페이스들이 만든 작품’이라면서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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