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2025-06-18 21:00:00
유동 인구가 많은 부산 도심 공원에서 평일 대낮에 한 여성이 흉기로 시민들을 위협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붙잡힌 피의자는 범행 동기도 뚜렷하게 밝히지 않는 등 돌발 행동이 우려되지만 경찰은 피의자에 대해 구속 영장도 신청하지 않아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8일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5분께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송상현광장 내 가로수길 인근에서 40대 여성 A 씨가 행인 3명에게 다가가 과도를 가까이 들이미는 등 위협한 혐의(특수협박·특수폭행·공공장소흉기소지 등)로 체포됐다.
A 씨가 흉기를 사람에게 휘두르지는 않아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도심 한복판에서 흉기를 들고 난데없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A 씨를 마주해야 했던 70대 남성 B 씨와 70대 여성 C 씨, 30대 여성 D 씨 등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 씨를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조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밝히지 않았다. 마약을 복용했거나 술을 마신 상태도 아니었다. A 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었고 인근에 거주하지도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13일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A 씨 사건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A 씨를 조사하고 송치하는 과정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사건을 접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크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조차 불분명해 돌발적인 행동이 우려되는 피의자가 구속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범행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이 일어난 송상현광장은 부산 최대 번화가 서면과 도시철도 1호선 부전역에 맞닿아 있어 유동 인구가 많다. 또한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와 학교가 있어 노인과 어린아이를 동반한 여성, 학생 등도 많이 찾는 장소다.
사건 당일 현장을 목격한 E 씨는 “항상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보통 체구의 평범해 보이는 여성이 갑자기 흉기로 지나가는 사람을 위협했다”고 말했다.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경찰 대처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인다. 최근 대구에서는 스토킹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중 피해자를 살해하기도 했다.
2022년 9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한 남성이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사건에서는 경찰이 피해자로부터 고소된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면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태규법률사무소 김태규 대표 변호사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피의자가 또다시 흉기를 들고 길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뚜렷하다면 경찰은 적극적으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재범 가능성, 증거 인멸, 도주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이력 등 다양한 구속영장 신청 사유를 검토했다”며 “재범 가능성이 낮고 증거도 충분히 확보됐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