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새로움 찾아낸 렌즈 속 3인의 시선

고은사진미술관 ‘올해의 작가전’
이손·민혜령·이승재 3인 전시
‘올해의 최종 사진가’ 이손 선정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2025-01-21 10:24:52

이손 ‘교회’.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이손 ‘교회’.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고은사진미술관과 KT&G 상상마당이 2012년부터 시작한 신진작가 발굴 프로그램 ‘올해의 작가전’이 고은 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손, 민혜령, 이승재 작가가 최종 본선에 진출했으며 이중 올해의 최종 사진가는 이손 작가가 선정됐다. 이번 전시에는 3인의 작가 작품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이손 ‘언덕’.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이손 ‘언덕’.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이손 ‘영원히 죽을까봐’.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이손 ‘영원히 죽을까봐’.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이손 작가의 ‘Drift Bottle’은 반복적으로 마주친 현수막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25년 전 실종된 딸을 찾는 현수막이 서울 곳곳에 설치돼 있었고, 그는 현수막 위치와 마지막 목격 장소를 따라가다 경기도 평택에 이르렀다. 작가는 스스로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대형 카메라를 들고 이곳을 찾아 촬영했다. 어둑한 밤, 빛을 모으기 위해 매번 두 시간 이상 소요되는 대형 카메라 노출 시간을 기다리는 건 의식같은 행위였다. 타인의 고통을 들여다봄으로써 자신의 고통과 마주하는 것이었다.

이 작가는 사실 마이너리티 종교를 믿는 가족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가족과 모든 연락을 끊어야 했다. 평택에서의 작업은 제주로 이어진다. 제주는 자신의 가족이 있는 곳이다. ‘Drift Bottle’은 파도에 밀려온 편지가 든 유리병을 말한다. 발신자의 고통에 대해 작가는 답장을 보낸다. 현수막과, 제주, 실종자와 자신,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자신의 가족은 애증이 교차하는 뫼비우스의 띠라고 느껴진다고 했다.

민혜령 ‘Custom cars on the overpass’.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민혜령 ‘Custom cars on the overpass’.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민혜령 ‘100% cotton garden’.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민혜령 ‘100% cotton garden’.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민혜령 작가는 ‘The Hours Breathe’라는 제목의 사진을 내놓았다. 사진가이자 이방인으로 뉴욕에서 16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고, 귀국한 그녀에게 두 생명이 함께했다. 돌아온 한국에서의 일상은 예전에 자신이 있던 한국과 완전히 달라졌다.

작가는 아이들이 잠든 시간 집 안 풍경을 촬영했다. 육아용품과 생활용품 등 사물은 원래 역할을 잠시 감춘 채 새롭게 다가왔다. 사물에 다가가 존재에 귀를 기울였다. ‘시간이 숨 쉬다’는 제목은 잠시 멈추고 숨을 쉬어보자는 뜻이며 아이들이 잠 자는 순간 달라진 공간에서 작가 자신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승재 ‘이불’.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이승재 ‘이불’.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이승재 ‘넝쿨’.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이승재 ‘넝쿨’.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이승재 작가는 ‘동물 반응’은 일상에서 발견되는 동물 박제와 모형에 기이함을 느끼며 출발했다. 박물관에서 동물 박제 사진 아카이빙을 했던 그는 동물 모형이 생명이 없는 텅 빈 플라스틱처럼 느껴졌다. 질감과 형태가 주는 오묘한 끌림을 생각하다가 문득 일상의 사물에서 비슷한 느낌을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작가의 주관적인 연상은 그의 사진을 보는 관객에겐 재미난 게임을 유도하는 듯하다.

3인의 작가는 개인 서사와 사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결했다. 일상적이고 섬세한 사진의 묘미가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이 전시는 2월 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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